CJ제일제당(097950)이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분사와 외부 투자 유치를 동시에 추진한다. 식품 업계 새 먹거리로 주목 받는 건기식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다. 현재 시장은 제약 업계와 홍삼 제품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데, CJ제일제당 등 식품 대기업이 여기에 도전장을 내미는 모양새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식품사업부 안에 있던 건기식 사업부를 이르면 10월 분사하기 위한 전 단계로 사내 회사를 뜻하는 CIC(Company In Company)조직으로 나눴다. 해당 조직은 임직원 100여 명 이상 규모로 건기식 제조, 유통, 영업·마케팅, 연구개발(R&D)기능을 갖추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사모펀드(PEF)를 통한 투자 유치도 검토 중이다. 분사 시 법인 지분 최대 30%를 기준으로 최대 500억~600억 원 가량 규모로 예상된다. 국내 중견 PEF 운용사 4곳과 사전 협의를 거쳤으며, 오는 9월 입찰을 거쳐 최종 투자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2012년 다이어트 음료 펫다운 출시를 기점으로 건기식 사업에 진출했다. 2013년 매출액 1,000억 원에서 지난해 2,500억 원을 돌파했으며, 바이오유산균(유산균)·한뿌리(홍삼 등 가공식품)·리턴업(비타민 등 영양제)등이 주력 상품이다. CJ제일제당 건기식 사업부는 이번 분사와 투자유치를 계기로 대대적인 마케팅과 연구 개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분사 전부터 CIC조직으로 분리해 의사 결정 단계를 줄이고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라는 것이 그룹의 주문이다.
CJ그룹 내에는 CJ제일제당 이외 CJ올리브영에서 건기식 유통 사업을 하고 있으나, 각 계열사 간 전문성을 고려해 CJ제일제당 내 사업부만 분할을 논의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축산사업부를 분할해 CJ피드앤케어로 출범 시켰고, 현재는 건기식 이외에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을 맡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 조직을 CIC로 분리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건기식 사업을 키우겠다는 그룹 의지가 확고하다”면서 “다만 분할 여부와 투자 유치에 대해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으나 결정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건기식 업계는 출하액 기준으로 KCG인삼공사, 종근당건강, 콜마비앤에이치, 한국야쿠르트, 코스맥스 바이오 순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제품별로 보면 전체 출하량의 30%를 홍삼 제품이 차지하고 있으며, 개별인정형(식품의약품 안전처가 인정한 기능성 원료 이외 새로 기능이 인정된 식품) 제품, 유산균을 포함한 프로바이오틱스가 뒤를 잇는다.
수입 업체로는 한국암웨이·유니시티코리아 등이 비타민과 무기질 제품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상위 1, 2위인 KCG인삼공사와 종근당 건강은 홍삼과 유산균이라는 제품에 대한 전문성 이외에 마케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정관장’을 내세운 KCG인삼공사는 지난해 매출총이익 7,695억 원 중 판매관리비가 6,035억 원이나 차지해 이를 제한 영업이익이 1,660억 원 이었다.
‘락토핏’으로 알려진 종근당건강 역시 지난해 매출총이익 3,170억 원 중 판매관리비가 2,491억 원에 달했고, 그 중에서도 광고선전비만 918억 원이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은 678억 원을 달성했다. 종근당건강은 자회사로 텔레마케팅 법인을 두고 매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규모 5조 원에 달하는 건기식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매년 10% 가량 성장하면서 CJ제일제당 뿐만 아니라 농심·빙그레 등 주요 식품 대기업이 속속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건기식 사업은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있는 바이오·제약사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위해 사업에 진출하거나 인수하려는 의지가 높고, 식품 업계 역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