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르포] '유로 챔피언' 伊 백신 믿고 환호하다 재확산 휴유증

거리응원 나선 젊은층 백신 접종율도 낮아 확진자 폭증

도쿄올림픽 개막 나흘 앞두고 한국에 '반면교사' 역할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개회를 하루 앞둔 지난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 식당이나 주점의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져 밤 11시에도 ‘시네마 천국’, ‘미녀와 야수’ 등 유명 영화 사운드트랙의 재즈 연주가 울려 퍼졌다. 제법 쌀쌀한 밤 공기에도 카페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던 이들은 연주가 끝나면 박수로 화답했다. 거리를 지나는 이들도 음악 소리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연주를 감상하다 돌아서곤 했다. 새벽 1시가 넘어도 베네치아 거리의 조명등은 꺼지지 않았다. 유럽의 젊은이들은 산 마르코 광장 계단에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달 28일부터 ‘화이트 존’에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해제하자 시민들은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일상을 즐겼다. 이탈리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기준으로 전국 20개주를 레드, 오렌지, 옐로우, 화이트 등 4개 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베네치아가 속한 베네토주는 지난달 7일부터 위험 등급이 가장 낮은 화이트 존으로 분류돼 음식점과 주점, 헬스클럽, 영화관 등의 영업 제한이 모두 풀렸다.



실제 베네치아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은 100명 중 2~3명에 불과해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꼼꼼히 쓰고 움직이는 한국 기자들은 곳곳에서 이목을 끌었다. 독일·프랑스 등 다른 유럽연합(EU) 국가에서 온 관광객들은 마스크를 벗고 “치즈” 대신 “스파게티”를 외치며 운하 위에서 사진을 찍었다. 현지 수상택시 기사는 기자에게 “한국에서 백신을 맞고 왔느냐” 며 “그러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권했다.

실내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지만 현지 호텔이나 식당 종업원 중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식당 종업원들은 마스크 없이 거리로 나가 “피자 먹고 가라”며 호객 행위를 벌이기도 했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제재를 하거나 거리두기나 인원을 통제하는 담당자도 찾을 수 없었다. 베네치아에서 거리두기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인원 통제가 일상이었던 아울렛 명품 매장뿐이었다. 명품 매장만이 통제선을 설치하고, 직원안내 속에 손 소독제를 바른 뒤에만 입장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가 방역을 완화한 것은 높은 백신 접종률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락한 것과 관련이 깊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8일 기준 이탈리아 국민 중 1회라도 백신을 접종한 비율은 60.12%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다. 한때 4만명을 웃돌던 이탈리아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중순부터 1,000명 안팎으로 떨어졌다. 이탈리아 정부가 실외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한 지난달 28일 기준 이탈리아의 인구 100만명 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6.4명으로 같은 날 한국(11.61명)보다 적었다.



위기는 섣불리 방역의 고삐를 푼 이후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우승과 변이 바이러스 등으로 상황이 급변하면서 다시 찾아왔다. 유로 대회 기간 로마와 밀라노, 피렌체, 볼로냐, 나폴리 등 이탈리아 대도시의 주요 광장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고 우승 당일인 12일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이 수천 명씩 쏟아져 나와 한데 어우러졌다. 공교롭게도 이탈리아의 일일 신규 확진자수는 12일(887명)을 기점으로 13일(1,530명)부터 16일(2,895명)까지 연일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2일(2,896명)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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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거리 응원과 관련이 깊은 젊은 층의 백신 접종률이 낮아 신규 확진자는 당분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탈리아 국립고등보건연구소(ISS)에 따르면 백신 미접종률은 60대 18.7%, 70대 12.6%로 고령층은 낮은 반면 20대 52.47%, 30대 50.75% 등 청년층에서 높다. 12~19세 미접종률은 지난 12일 기준 76.5%에 달한다.

오는 23일 도쿄 올림픽 개막을 앞둔 한국의 백신 접종 상황도 이탈리아와 비슷하다. 국내 백신 미접종률은 60대 15.5%, 70대 11.7%에 그치는 반면 18~29세는 88.4%, 30대는 79.4%로 집계됐다.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 /베네치아=박효정 기자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 /베네치아=박효정 기자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거리 /베네치아=박효정 기자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거리 /베네치아=박효정 기자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 카페 /베네치아=박효정 기자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 카페 /베네치아=박효정 기자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 카페 /베네치아=박효정 기자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 카페 /베네치아=박효정 기자


이탈리아가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서 우승한 1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거리에서 한 시민이 환호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박효정 기자이탈리아가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서 우승한 1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거리에서 한 시민이 환호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박효정 기자


1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거리에서 시민들이 이탈리아가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박효정 기자1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거리에서 시민들이 이탈리아가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박효정 기자


베네치아=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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