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재계 "삼성의 통큰 문화보국, 탄력 받으려면 리더 필요"[베일 벗은 '이건희 컬렉션']

■움츠러든 '삼성 메세나'

리움미술관 2017년 이후로 기획전도 못 열어

여동생 이서현 이사장 맡았으나 지원사격 필요

그룹 비전과 맞물린 메세나 추진 국가에 도움

이건희(왼쪽 세 번째) 삼성그룹 회장이 부인 홍라희(〃 두 번째) 씨와 함께 리움미술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사진 제공=삼성이건희(왼쪽 세 번째) 삼성그룹 회장이 부인 홍라희(〃 두 번째) 씨와 함께 리움미술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사진 제공=삼성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평생 모은 미술 소장품 ‘이건희 컬렉션’ 일부가 21일 공개된다. 소장품의 역사적 가치나 수집 규모로 볼 때 전무후무한 사례라는 점에서 미술계는 물론 전 국민이 컬렉션에 대해 높은 관심을 드러낸 상태다. 그러나 그룹의 후계자이자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야 할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여전히 수감 중인 상태로 이번 컬렉션 공개를 계기로 영역을 넓혀나갈 수 있었던 삼성발(發) 메세나 활동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구심점을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재계와 문화계를 중심으로 다시 불붙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2020년 8월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서 물러났다. 표면적인 이유는 임기 만료였지만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공익 재단의 이사를 맡을 수 없는 관련 법이 실질적인 이유였다. 삼성문화재단은 1965년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선대회장이 설립했으며 호암·리움미술관을 운영하며 메세나 활동으로 일컬어지는 문화 예술 공헌 사업을 펼치는 곳이다. 현재는 삼성 호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오너 일가를 대신해서 재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대를 이어가며 메세나 활동에 힘을 쏟아왔던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받게 되면서 문화 예술이나 스포츠 등을 지원하는 데 극도로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 이 회장의 영결식 후 운구 과정에서 들렀을 정도로 그가 생전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리움미술관이 대표적 사례다. 리움미술관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2017년 이후 기획전을 단 한 차례도 열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기획전은 ‘올라퍼 엘리아슨: 세상의 모든 가능성’으로, 그해 2월 26일로 막을 내렸다. 리움미술관의 기획전은 그간 미술계에 부는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적으로 소개하고 작가들의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거대한 ‘판’ 역할을 해왔던 만큼 이 같은 상황을 방향타가 흔들린 삼성 메세나 활동을 반영하는 사례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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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이재용(왼쪽 세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리움미술관을 방문한 멕시코 최대 부호 카를로스 슬림(〃 두 번째) 회장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지난 2012년 이재용(왼쪽 세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리움미술관을 방문한 멕시코 최대 부호 카를로스 슬림(〃 두 번째) 회장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


특히 메세나 활동의 주 무대가 2016년까지만 해도 국보급 고미술품을 번갈아가며 선보이며 이상적인 메세나 사례로 꼽혀왔던 리움미술관이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재계와 미술계가 입은 타격은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후 수년간 움츠리고 있던 리움미술관에 다시 힘을 불어넣기 위해 최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운영위원장을 맡게 됐다. 다만 그룹 내부에서는 주요 계열사의 지원사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실질적 오너인 이 부회장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크다.

재계는 그룹 주요 계열사의 전폭적인 지원이나 기부 등을 바탕으로 문화 예술 공헌 사업 등을 추진하려면 결국 오너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재단이나 기관의 운영 같은 실무적 결정뿐 아니라 그룹이 추구하는 비전이나 방향성을 제시하는 리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윤을 목표로 뛰는 전문 경영인 입장에서는 돈벌이와는 거리가 먼 문화 예술 공헌 사업에 역점을 두기 어렵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송재형 전국경제인연합회 ESG 태스크포스(TF) 팀장은 “문화 예술, 스포츠 등은 국민 모두가 향유하는 분야인 만큼 기업이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것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차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며 “한국의 경우 특히 대기업 총수들이 이처럼 메세나의 다양한 분야에서 메세나 활동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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