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다시 덮친 셧다운 공포…월가 "주가 최대 10% 빠질 수도"

[글로벌 What] 델타변이에 美 증시·국채금리·유가 털썩

다우지수 2%·WTI 7.5% 하락

10년물 국채금리 1.1%대로 밀려

최악땐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시장 불안 일시적 현상" 낙관론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함께 미국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는 우려가 미국 자본 시장을 강타했다. 경기가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는 예상에 증시가 급락했고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한때 연 1.177%까지 밀렸다. 시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경제가 악화하는 가운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1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델타 변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증시와 국채금리·유가가 한꺼번에 급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 넘게 하락한 것을 비롯해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OPEC+ 등의 증산 움직임으로 7.5%나 빠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환자 증가가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점점 더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같은 이유로) 유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20일 아시아 시장도 미국 증시 급락의 여파로 일본·홍콩·대만 증시가 1%안팎 하락하는 등 거의 대부분의 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美, 1일 평균 확진자수 3만명 넘어

델타 변이와 관련해서는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 증가 △마스크 착용 지침 강화 △도쿄 올림픽 확진 사례 등이 불안감을 키웠다. 지난 18일 현재 미국의 최근 1주일간 평균 신규 환자 수는 3만 1,745명으로 2주 전보다 약 140%나 폭증했다. 입원 환자와 사망자는 2만 2,622명, 273명으로 각각 34%, 33% 급등했다.

마스크 착용 지침도 강화되고 있다. 16일 캘리포니아주가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데 이어 이날 미국소아과학회가 백신 접종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과 교직원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앞서 방역 당국은 백신을 맞은 이들은 학교에서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단 사이에서 코로나19 확진이 계속되는 점도 걱정거리다. 미국에서는 여자 테니스 선수인 코리 고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도쿄 올림픽에 불참하게 됐다.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영국 육상 선수 6명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축구 선수 2명이 감염됐다”며 “도쿄 올림픽 선수들의 양성 반응 소식이 대회 개최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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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경기 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겹쳤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가장 큰 걱정은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주식이 너무 올라 연기금은 주식을 팔고 국채를 사들이고 있어 주가와 국채금리가 떨어진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채권을 계속 매입하는 것도 금리 하락의 한 원인”이라고 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미국주식전략가인 데이빗 코스틴도 “미국은 계속 성장하기는 하지만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피크 지났다’…경제성장 속도 둔화

이렇다 보니 증시 조정 가능성이 대두된다. 시장에서는 5~10%가량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마이클 요시카미 데스티네이션웰스매니지먼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델타 변이는 시장에 큰 위협이며 여기에 잠재적인 소득세 인상 가능성을 포함한 여러 가지 역풍 요소가 뒤섞여 있다”며 “앞으로 증시는 10% 정도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발 더 나아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엘에리언 선임고문은 “현실화하지 않았고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가장 큰 걱정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계속하면 높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것인 만큼 인프라 투자 같은 재정 정책은 늘리되 통화정책은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시장의 불안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월가의 대표적 강세론자인 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출연해 “감염자 증가는 미국에서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이번 위기를 넘기려면 한두 달이 걸릴 수 있지만 증시가 낙관적인 상황으로 돌아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취임 6개월 바이든, 인프라 법안 처리 압박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다시 한번 언급하면서 미 국민들에게 델타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백신을 맞으라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새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 6개월간 크게 발전했다”며 “속도를 늦출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델타 변이가 특히 위험하고 전염성이 높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접종하지 않으면 보호되지 못하니 제발 제발 지금 접종하라”고 덧붙였다. 현재 18세 이상 미국인들 중 1회 이상 백신을 맞은 사람의 비중은 68%이고 완전 접종은 59% 수준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의회에 계류 중인 인프라 법안과 관련해 “미국 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블루칼라의 청사진”이라며 조속한 처리를 압박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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