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토건 정권' 비판하더니…민주당, 전국 돌며 'SOC 폭주'

경기도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단일 사업 역대 최대

호남 214조 지원…부울경 '가덕도'엔 돈 폭탄 예고

세종의사당은 국회 '단독'처리까지 공언…표심잡기

송영길 더불어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청 제1회의실에서 열린 '2021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송영길 더불어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청 제1회의실에서 열린 '2021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한 달여 동안 전국을 누비며 750조 원이 넘는 사회간접자본(SOC)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한 해 국가 예산을 훌쩍 넘는 규모다. 민주당 예산정책협의회는 과거 공공 기관 이전 등 수도권에 집중된 기관 이전 등에 초점을 맞춰 진행해왔지만 올해는 무게중심을 SOC 지원에 실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역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이른바 ‘SOC 폭주’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20일 경기도와의 예산협의회를 거친 뒤 당내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지사에게 ‘선물 보따리’를 안겼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경기도청 신관에서 열린 협의회 자리에서 “지난 5월 발표된 K 반도체 전략에 따라 오는 2023년까지 기흥·동탄·평택·용인·이천을 잇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클러스터 벨트를 조성할 예정”이라며 “단일 사업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510조 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은 차질없는 이행을 통해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고 산업 물류 인프라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510조 원 가운데 대부분이 민간투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집권여당이 ‘생색내기식’ 예산홍보를 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받고 있다.

경기도는 이 밖에 △GTX-A노선(파주~삼성) 3,308억 원 △GTX-B노선(송도~마석) 803억 원 △별내선 복선전철 건설 사업 1,465억 원(서울시와 공동) 등 10개 SOC 사업의 예산 지원도 요청했다. 이날까지 민주당이 광역단체장에게 지원을 약속한 예산 규모만도 752조 7,127억 원에 달한다.



여당의 이 같은 SOC 폭주는 지난달 21일 첫 예산협의회를 시작한 호남에서 시작됐다. 민주당은 광주 군 공항 이전, 달빛내륙철도 등 지역 숙원 사업의 추진을 약속하면서 지역 민심을 달랬다. 송 대표는 여기에 정부와 상의를 마쳤거나 특별법 등을 통해 지원이 확실히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군 공항 문제와 관련해 “구윤철 국무조정실장과 상의를 했다”고 밝힌 뒤 “전남 RE300(호남 초광역 에너지 공동체)을 위해 특별법 등을 포함해 입법 사항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여당이 지원을 약속한 호남 지역 예산만도 광주 군 공항 이전·신설(5조 7,480억 원), 달빛내륙철도(4조 8,987억 원, 대구시와 공동), RE-100(203조 3,358억 원), 한국에너지공대(8,289억 원) 등 214조 8,114억 원에 이른다. 이외에 흑산도공항(1,833억 원), 초강력 레이저센터(9,000억 원) 건립도 약속해 호남 SOC 지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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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는 가덕도신공항에 수조 원대의 재정을 추가로 쏟아부을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 사전 예산은 70억 원에 불과하지만 기존 김해공항에서 국제선(예상 여객 2,800만 명)만 옮겨오는 활주로 1본(本) 기준으로 8조 5,850억 원, 국제선(2,800만 명)과 국내선(1,200만 명)을 모두 옮기는 활주로 2본 기준으로는 11조 5,890억 원이 필요하다는 추정치가 나왔다. 세종에서는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의 근거인 ‘국회법 개정안’의 여당 단독 처리를 예고했다. 충청권이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만큼 송 대표가 충청권 표심을 겨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천에도 약 3,500억 원으로 추산되는 서해남북평화도로 2단계 사업 진행을 돕기로 했고 대구·경북을 찾아서는 23조 6,905억 원의 사업비가 예상되는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건설을 내세웠다. 대전·충북에서는 충청권 광역철도망(3,182억 원), 전북은 새만금국제공항(7,800억 원), 강원도는 영월~삼척 고속도로(4조 6,432억 원)와 춘천~철원 고속도로(2조 7,715억 원) 건설 지원을 강조했다.

이처럼 전국을 돌며 SOC 예산 확보와 지역 숙원 사업의 해결사를 자처하다 보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SOC 개발이 시작되면 지역 발전이 눈에 확 들어오다 보니 선거철만 되면 집권당은 SOC에 집중적인 예산을 쏟아부었다”며 “전 정권을 토목정권이라고 비판했지만 결국 선거를 앞두고 현 정권도 전방위적인 SOC 사업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 교수는 이어 “SOC는 일자리 창출에 효과적”이라며 “협의한 예산이 내년 본예산에 포함될 경우 일자리 확대로 이어져 야당을 기선 제압할 수 있는 효과까지 고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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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주재현 기자·박진용 기자·김인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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