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32)은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최연소 올림픽 대표(15세)로 참가했지만 첫 올림픽은 너무 짧았다. 자유형 400m 예선 때 출발 신호가 울리기도 전에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부정 출발로 인한 실격이었다. 화장실에 숨어서 박태환은 두 시간 동안 눈물을 쏟아야 했다. 지금은 아시아 최초의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로 기억되지만 처음은 잔인할 정도로 어려웠다.
황선우(18·서울체고)는 도쿄 올림픽에서 ‘찬란한 처음’에 도전한다.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한국 수영에 다섯 번째 메달을 안기겠다는 각오다. 앞선 네 개의 올림픽 메달은 모두 박태환(금 1, 은 3개)이 딴 것이다.
황선우는 ‘제2의 박태환’으로 불린다. 지난해 11월 대표 선발전 남자 자유형 100m에서 48초 25로 박태환을 넘어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5월 대표 선발전에서 이 기록을 48초 04로 앞당겼고 자유형 200m에서는 1분 44초 96으로 세계 주니어 기록을 새로 썼다. 직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대입하면 은메달을 딸 수 있는 기록이다.
키 186㎝, 체중 74㎏으로 박태환과 신체 조건도 비슷한 황선우는 자유형 50·100·200m에 계영 800m까지 네 개 종목에 출전한다. 세계 랭킹 5위인 자유형 200m(27일 예선)와 13위인 100m(25일 예선)가 주 종목이다.
‘도마 요정’ 여서정(19·수원시청)도 올림픽 첫 출전에 ‘대형 사고’를 칠 재목이다. 그는 여자 기계체조 도마 종목 메달에 도전한다. 아버지 여홍철(50) 경희대 교수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도마 은메달리스트다. 부녀(父女) 올림픽 출전을 넘어 부녀 올림픽 메달 기록을 노린다. 아버지 여 씨는 TV 중계 해설 위원으로 딸의 경기를 시청자들에게 전한다.
여서정은 2018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 기계체조에 32년 만의 금메달을 선물했다. 이듬해 코리아컵 국제대회에서는 자기 이름을 딴 ‘여서정(도마 앞으로 짚고 공중에서 두 바퀴 비틀기)’을 성공해 국제체조연맹(FIG) 채점 규정집에 독자 기술이 등재됐다. 미국의 체조 여왕 시몬 바일스는 여서정의 경쟁자이면서 동기부여의 대상이다. AP통신은 바일스가 2016 리우 올림픽 4관왕 위업을 넘어 5관왕 신화를 쓸 것으로 내다봤다. 도마 예선은 오는 25일, 결선은 8월 1일이다.
남자 양궁 김제덕(17·경북일고)과 여자 양궁 안산(20·광주여대)은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국내 선발전을 나란히 3위로 통과해 첫 올림픽에 나선다. 김제덕은 지난달 아시안컵 개인전에서 리우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의 대선배 김우진(29)을 꺾고 우승한 무서운 10대다. 여자 대표팀 막내인 안산도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중등부 6개 종목 전관왕이 말해주듯 미래의 신궁으로 주목받아왔다. 2019년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치른 도쿄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사전 점검 대회)에서도 우승했다. 8강에서 리우 올림픽 2관왕 장혜진(34)을 눌렀다.
23일 개인전 예선 라운드와 24일 혼성전을 앞둔 양궁 대표팀은 20일 결전지인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첫 훈련을 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