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방일과 한일정상회담이 최종 무산된 뒤에도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하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0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통령이 전날 마지막 결정을 하면서 정말 진심으로 아쉽다는 표현을 했다”고 전했다. 박 수석은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상황이 이렇게 됐지만 양국 정상이 언제든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며 “실무적 협상을 ‘계속해나가자’는 표현이 아니라 ‘해나가라’고 강력한 의지를 담은 말씀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의 방일이 결국 무산된 배경과 관련해 “한일 간 현안에 대해 막판까지 아주 접근했지만 성과로 발표하기에는 약간 부족했다”며 “국민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변수가 막판에 생겼다. 국민 정서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부적절한 발언을 겨냥한 언급인 셈이다.
박 수석은 이날 또 다른 라디오 방송에서도 “문 대통령이 임기 안에 (한일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계기를 만들려는 의지가 강력하다”며 “실무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척이 있었던 만큼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일본의 의지도 강하다”고 밝혔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전날 “외교관으로서 극히 부적절한 발언이며 유감”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한일 외교차관은 일본에서 신경전을 이어갔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이날 도쿄에서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만나 소마 공사의 망언이 “비외교적이고 무례한 발언”이라고 항의한 뒤 조속한 시일 내 응당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최 차관은 “과거사 문제 해결의 밑거름은 피해자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것”이라며 “일본 측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열린 자세로 임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리 차관은 이 자리에서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한 일본 측의 입장만 되풀이하고, 소마 공사 관련 조치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차관은 이런 신경전 속에서도 한미일 3국 협력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앞으로 한일 차관 전략대화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한일 외교 당국 간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한편, 야당은 청와대와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 무산을 대선을 위한 반일 감정 자극으로 끌고 갈 가능성을 지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총선 당시 반일 선동으로 정치적 이익을 보더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반일 감정을 자극하려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소마 공사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을 동시에 언급하며 “중국에 대해서는 외교부가 뜨뜻미지근한 경고장을 보냈고 일본에 대해서는 집권 여당 인사까지 총가세해 날 선 반응을 내놓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