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규제 풀자 '은마' 전세 쏟아져…결국 세입자만 '골탕'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74건→163건’



불과 일주일 새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전세 매물이 두 배로 불어났다. 보유세 부담 강화와 임대차3법 시행 등의 여파로 한때 큰 폭으로 줄어들었던 전세 물량이 갑자기 늘어난 배경에는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백지화’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이미 계약을 체결한 세입자만 피해를 본 셈이다.

21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대치동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의 전세 매물 수는 163건(20일 기준)이다. 일주일 전인 12일까지만 해도 74건이었던 전세 매물 수가 두 배로 뛴 것이다.



은마 뿐 아니라 서울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이같은 ‘전세 매물 급증’ 현상이 포착된다.마포구 성산동의 성산시영 아파트도 20건에서 40건으로 전세 매물 수가 정확히 두 배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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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주일 간 전세 매물 증가율 상위 단지최근 1주일 간 전세 매물 증가율 상위 단지


이는 최근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가 폐지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회는 지난 12일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소위를 열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중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조항을 제외한 바 있다. 이번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핵심 규제가 실행 전 철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 6·17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이 2년 이상 해당 단지에 실거주하지 않으면 아파트 분양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규제를 발표했다. 이에 ‘갭투자’로 재건축 아파트를 매수했던 집주인들이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야만 했다. 분양권 취득을 위해 해당 단지에 직접 들어가 사는 ‘몸테크’에 나선 것이다.

보통 노후 재건축 단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전세 물량을 대거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집주인들이 전세 물건을 거둬들이고 직접 실거주하면서 전세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여기에 더해 임대차3법까지 본격화되며 전세품귀현상이 심화하고 전세 가격도 급등했다. ‘정부 정책으로 애꿎은 세입자만 피해를 봤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이유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정부와 여당은 결국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조항을 백지화했고, 그 직후 은마 아파트를 비롯한 일부 단지에서는 전세 물량이 늘어나고 전세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이 포착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입주물량 자체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재건축 이주수요와 가을 이사철 수요가 예고된 만큼 전세 시장이 안정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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