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 전문잡지 컨슈머리포트가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FSD)을 내세운 테슬라의 새 소프트웨어(FSD베타9)에 안전 미비 우려를 제기하면서 자체 테스트를 계획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컨슈머리포트가 새 소프트웨어를 사용 중인 운전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영상에는 주차된 차량에 돌진하거나 관목 덤불을 스치는 장면 등이 있어 안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조만간 자체 테스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컨슈머리포트의 자동차 시험센터 담당 간부인 제이크 피셔는 "소비자들이 적절한 안전보호 없이 기술 개발을 위한 시험에 동원되면서 돈을 내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테슬라가 최근 출시한 FSD베타9은 기본 옵션인 '오토파일럿'에 추가해 별도 판매하는 소프트웨어로 교차로 주행 등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이 소프트웨어를 월 99∼199달러에 이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의 출시도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컨슈머리포트는 FSD베타9의 출시는 이를 구매한 운전자뿐만 아니라 선의의 보행자를 비롯한 도로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적어도 운전자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시스템이라도 차량에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과 관련됐을 수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충돌 사고 30건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들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0명에 달한다고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차선 변경과 전방 장애물 탐지 기능 등을 제공하는 오토파일럿은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능으로 자랑해왔으나 다른 자동차 회사가 제공하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교통사고로 15살 아들을 잃은 미국의 한 부모가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능으로 선전해온 오토파일럿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6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서 테슬라 전기차와 포드 픽업트럭 충돌 사고로 15살 소년이 사망한 가운데 이 소년의 부모가 앨러미다 카운티 법원에 테슬라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충돌 사고는 2019년 8월 캘리포니아주 880번 고속도로에서 발생했다. 테슬라 모델3 운전자는 사고 당시 오토파일럿 기능을 켠 채 시속 100㎞에 가까운 속도로 질주하다가 차선 변경을 하던 픽업트럭을 들이받았다. 아빠가 몰던 픽업트럭 조수석에 탑승했던 조바니 맬도나도(15)는 이 사고로 사망했다.
그의 부모는 소장에서 오토파일럿에 결함이 있고 이 기능이 교통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서 테슬라에도 사고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테슬라 변호인은 테슬라 전기차를 부주의하게 몬 운전자에게 충돌 사고의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NYT는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이 운전을 더 안전하게 한다고 하지만, 충돌사고 희생자들은 오토파일럿이 사람을 죽인다고 말한다"며 맬도나도 사망 사건은 오토파일럿에 대한 우려를 촉발한 여러 충돌 사고 중 하나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자율주행 시스템이 아니다"라면서 GM과 포드 등 다른 자동차 업체가 제공하는 운전자지원시스템과 비교할 때 오토파일럿의 안전성은 더욱 취약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