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팬덤을 크게 확장시킨 ‘Intro:화양연화’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유명해진 서울대 폐수영장이 철거 위기에서 벗어나 학생들을 위한 역사·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21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2019년 10월 서울대 폐수영장을 관리 및 안전상의 이유로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폐수영장은 관악캠퍼스 지진관측소에서 이어지는 산길 초입에 자리하고 있다. 서울대는 비용 문제로 철거를 한 차례 연기했다가 지난 4월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했다.
한창 구조물을 부수는 작업이 진행되던 중 언론정보학과 소속 홍석경 교수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홍 교수는 철거 논의가 시작된 초기부터 폐수영장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홍 교수는 국내 BTS 연구 분야에서 손꼽히는 권위자다.
폐수영장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홍 교수는 공사를 멈춰야 한다며 학교 측을 설득했다. 결국 학교도 폐수영장이 갖는 역사·문화적 중요성을 인정해 공사를 중단했다. 하지만 이미 폐수영장 네 개 외벽 중 세 곳은 사라졌다. 남은 한 곳은 BTS 멤버 RM(랩몬스터)과 뷔가 그래피티를 그린 외벽뿐이다.
폐수영장은 BTS 팬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지는 공간이다. 지난 2015년 4월에 발매된 미니 앨범 ‘화양연화 pt.1’에 수록된 ‘Intro:화양연화’의 뮤직비디오 도입부에서 4분가량 배경으로 나온다. 10여 분 길이의 뮤직비디오는 이례적으로 긴 호흡으로 제작돼 실험적 시도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앨범은 전 세계적으로 BTS의 팬덤을 크게 확장시키는 데 일조했으며 BTS를 학문적으로 분석하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폐수영장은 1975년 서울대가 관악캠퍼스로 둥지를 옮길 때부터 존재했다. 열악한 급수 설비 때문에 수돗물로 수영장을 다 채우기 어려워 계곡 물을 끌어다 썼다. 폐수영장이 산 중턱에 자리한 이유다. 홍 교수는 “당시 남학생들이나 인근 주민들이 무더운 여름에 수영을 했던 공간”이라며 “학생들이 군부 정권의 폭압을 피해 도망을 오기도 했다”며 역사적 의미를 설명했다.
서울대는 앞으로 폐수영장을 어떤 장소로 바꿀지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김태균 서울대 협력부처장은 “후미진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폐쇄회로(CC)TV·가로등 설치, 바닥 공사 등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도안은 나오지는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간이 갖는 역사·문화적 의미를 이어가면서 학생들을 위한 또 하나의 복합 문화적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