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전세난민 아우성인데…홍남기 "임대차법, 주거안정 높여" 자화자찬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

"서울 아파트 갱신율 57→78%

임차인 다수가 제도 혜택 누려"

매물 실종에 전월세값 급등 등

부작용 외면한채 아전인수식 인식

세제·대출 추가 제도개선 없이

주택가격 거품론만 재차 경고도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붙은 매매 및 전세 가격표 모습. /연합뉴스20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붙은 매매 및 전세 가격표 모습.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으로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이 크게 제고되고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전셋값이 치솟고 매물이 실종돼 전세 난민이 양산되는 부작용은 외면한 채 보고 싶은 단면만 강조하며 자화자찬을 쏟아낸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임대차 신고 자료와 서울 100대 아파트를 별도 분석해보니 임차인 다수가 제도 시행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임대차신고제는 지난 6월 1일부터 시행됐고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오는 31일이면 1년이 된다.

정부가 임대차 3법을 치켜세운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임대차 갱신율이 57.2%에서 77.7%로 높아졌고 갱신 계약 중 76.5%가 인상률 5% 이하 수준에서 계약을 체결했다. 또 과거 확정일자로 파악할 수 없었던 신규·갱신 계약 여부, 갱신 요구권 사용 여부, 임대료 증감률 등의 전월세 거래 내역 확인이 가능해졌다. 단 정부는 해당 단지가 공개되면 가격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100대 아파트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인식은 시장과 괴리가 크다. 무엇보다도 같은 아파트 내에서도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시세가 심하게는 수억 원까지 차이가 날 정도로 ‘이중 가격’ 현상이 고착화됐다. 계약을 갱신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구한다고 하더라도 크게 오른 전셋값을 감내해야 한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평균 가격은 올 6월 기준 6억 2,678만 원으로 1년 만에 1억 2,756만 원이나 올라갔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법 시행 전인 지난해 6월 전세가(전용면적 84.95㎡) 보증금 9억 3,000만 원(11층)에 계약됐는데 올해 6월에는 12억 5,000만 원(9층)에 계약이 이뤄졌다. 34%의 상승률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세가 많던 강북 지역에서도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7단지(전용 79.07㎡)가 지난달 5억 원(12층)에 계약돼 법 시행 전인 지난해 7월 2억 9,000만∼3억 2,000만 원(7층)과 비교해 최대 72%(2억 1,000만 원)나 뛰었다. 이에 따라 계약 갱신을 행사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전세 난민이 돼서 서울에서 수도권,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쫓겨나고 있다. 전세가가 치솟으면서 매매가도 덩달아 상승하는 연쇄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홍 경제부총리는 “신규 계약의 경우 최근 강남 4구의 일시적 이주 수요 등으로 촉발된 일부 가격 불안도 있었다” 정도로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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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계약 갱신 2년 뒤 신규 계약을 할 때는 전월세 가격이 대폭 상승하는 것이 불가피해 벌써 ‘내년 7월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다음 세입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셈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논리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경우는 임대료가 크게 오르지 않고 갱신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적이라는 평가이지만 지금 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가구는 2년 뒤 시세대로 신규 임대를 해야 하는데 결국 조삼모사로 시장 안정은 단기적인 효과에 그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법 폐지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임대차법 시행으로 인해 임대차 시장의 가격 급등을 초래했다”며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최소한 시장을 중심으로 정책을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충분한 임대 물량 등을 확보한 상황에서 임대차 3법을 시행한다면 모를까 지금은 수요자들이 갈 길을 완전히 잃은 상황”이라며 “지금대로라면 임대차 3법으로 인한 부작용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도 주택 가격 고점론을 또다시 꺼냈다. 그는 “서울·수도권 주택 매매 시장은 주택 가격에 1~2개월 선행하는 수급 동향 지표에서 2주 연속으로 초과 수요가 소폭 완화되는 흐름”이라며 “연구 기관과 한국은행 등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 고평가 가능성과 주택 가격 조정 시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상승해 향후 부동산 분야 취약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지적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강남 3구 등에서는 거래가 줄어도 호가는 내려가지 않은 채 신고가가 속출하고 경기·인천 등지에서도 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 호재로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대출·세제 규제 정책을 다 꺼내도 시장이 잡히지 않자 ‘구두 경고’만 반복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거래가 띄우기(신고가 거래 계약 체결 후 취소)’를 집값 폭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는 정부의 시각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극히 일부다. 아울러 이 같은 사례가 매매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도 아니다. 현지 중개업소 및 전문가들은 정책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한 전문가는 “일부 아파트 실거래가 띄우기 사례를 가지고 아파트 가격 폭등과 연관 시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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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황정원 기자·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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