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델타 변이 확산에도 코로나19 규제를 확 풀면서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19일(현지시간)부터 입국 심사시에 코로나19 음성 결과 등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도록 했다. 입국심사관들은 외국인 입국 금지 대상인 '적색국가'를 제외하고 다른 나라에서 오는 경우에는 코로나19 관련 기본 사항을 일상적으로 체크하는 의무가 없어졌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필수사항 확인은 법적으로 항공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를 두고 방역 구멍이 뚫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입국심사관은 "이렇게 하는 유일한 이유는 심사 줄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은 19일부터 백신 2회 접종자들이 해외여행 후 귀국할 때 자가격리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여행객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서도 곳곳에서 혼란이 벌어졌다. 21일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사우스 워릭셔 국민보건서비스(NHS) 관계자는 트위터에 병원에서 마스크를 쓰라는 요구에 반발하는 환자들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의료 인력들의 안전을 위해 직원들을 존중해달라고 호소했다.
확진자 증가로 인해 자가격리자도 급증하는 데 따른 문제도 커지고 있다. 육가공 업계에서는 자가격리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생산 라인이 멈추고 있다.
정부는 대중교통과 식품생산 등에서 필수 인력은 자가격리를 면제해주겠다고 했지만 아직 대상자 선정 작업이 이뤄지는 상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자가격리 중에 화상으로 정례 하원 '총리 질의응답'(Prime Minister's Questions·PMQ)에 참석했으나 기술적 문제로 진행이 원활하지 않았다.
영국 정부에 코로나19 대응을 조언하는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 회원들은 NHS 과부하를 피하기 위해 8월 첫 주엔 필요한 조치를 할 준비를 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 등의 규제가 8월에 재도입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예측으론 8월 말에 입원이 하루에 1,000∼2,000명, 사망이 100∼2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 7월 중순에 이미 하루 입원이 745명에 달한다. 19일 기준으로 코로나19 입원환자는 총 4,567명이고 호흡기를 단 환자는 611명이다. 20일 기준 확진자는 4만6,558명, 사망자는 96명이다.
한편 영국과 함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은 이스라엘도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추가 방역 조치를 다시 도입했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21일부터 '그린 패스' 제도를 재가동한다고 밝혔다.
그린 패스란 이스라엘이 코로나19 백신 2회 접종자와 감염 후 회복자,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이 확인된 사람에게 발급하는 일종의 면역증명서다. 이 제도는 접종자에게 일상생활을 보장하는 한편, 면역력이 없는 사람의 공공장소 출입을 막아 감염 확산을 억제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지난 2월 백신 2회차 접종률 30%대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던 이스라엘은 2회차 접종률 55% 선에서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로 줄자 지난달 초 이 제도를 포함한 대부분의 방역 조치를 해제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풀었다. 그러나 이후 델타 변이를 중심으로 감염 확산세가 빨라졌다. 하루 4∼5명에 불과했던 신규 확진자 수는 불과 한 달여 사이에 꾸준히 늘어 1,000명 선을 넘어섰다. 19일에는 1,377명, 20일에는 1,40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