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합당 협상이 당협위원장 자리 등을 놓고 ‘지분 쟁탈전’으로 번지면서 수렁에 빠졌다. 실무 협상이 파행 분위기로 흐르며 9월 국민의힘 대선 본경선 전까지 합당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22일 양당 실무협상단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20여 곳의 시도당위원장, 5곳의 당협위원장, 각종 상설 위원회 위원장 등 배분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달 22일 각자 합당 실무협상단을 꾸려 시작한 협상이 한 달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당대당 통합 원칙’에 따라 위원장직을 공동으로 운영하자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국민의당 협상단 관계자는 “신설합당이라는 대원칙에 합의한 이상 그에 상응하는 존중과 인정을 바라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힘의 논리로 억누르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보도 주장대로 국민의당이 여의도연구원장, 지명직 최고위원 등을 요구한 일은 전혀 없다”며 “합당이 물 건너갔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협상단 관계자는 “자신들이 임명한 20여개 당협위원장과 5개 시도당위원장 자리를 공동위원장으로 하자는 주장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얼마전 우리 당의 김성원 의원이 치열한 선거를 거쳐 경기도당위원장에 당선됐다. 그런데 갑자기 국민의당의 모 위원장과 함께 운영하라고 하면 그게 지분요구지 다른 게 지분요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지금 상태라면 실무협상단을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다”며 “당대표들끼리 정치적 결단을 내려서 대승적으로 합당 결정을 내리든지 아니면 끝을 내든지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전날 대구 동산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 과연 (합당)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국민의힘의 답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안 대표가) 국민의힘이 합당 의지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셨는데 상당히 유감”이라며 “진정성 있는 협상을 위해 안 대표와 만나 큰 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할 생각”이라 밝혔다.
하지만 실무협상단장을 맡은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굳이 양당 대표가 만나서 논의를 할 그럴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문제는 국민의힘 협상단이 필요한 권한을 (이 대표로부터) 전적으로 위임 받지 못 했다는 부분”이라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