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아파트들이 밀집한 서울 노원구 일대 재건축 단지들이 안전진단 추진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특히 2차 정밀 안전진단의 경우 정부의 규제 완화 이전에는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해 내년 대선 이후로 일정을 미루는 분위기다.
22일 노원구청 및 정비 업계에 따르면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는 당초 연내 추진하려던 2차 정밀 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을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상계주공6단지는 노원구에서 두 번째로 재건축 추진 속도가 빠른 단지다. 지난 4월 1차 정밀 진단을 D등급으로 통과하고 2차 정밀 진단을 앞두고 있다. 1988년 입주해 준공 34년 차를 맞은 상계주공6단지는 총 28개 동, 2,646가구로 구성돼 있다.
상계주공6단지가 2차 정밀 진단 시기를 내년으로 미룬 것은 ‘태릉우성’ 아파트의 영향이 컸다. 노원구에서 재건축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른 단지로 꼽히던 태릉우성이 최근 적정성 검토에서 60.07점으로 재건축 불가 판정인 C등급을 받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상 9층, 7개 동, 432가구 규모로 1985년 준공된 태릉우성은 앞서 1차 정밀 진단에서 48.98점으로 D등급을 받았으나 2차 진단에서 최종 탈락하게 됐다.
현재 2차 정밀 안전진단에서 잇따라 탈락하는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는 지난달 2차 정밀 진단에서 탈락한 후 검토 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에 이의를 제기했고 양천구 목동에서도 9·11단지가 고배를 마셨다. 정비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선 등 정치권 동향을 지켜보며 재건축 추진의 속도를 조절하려는 단지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다만 노원구의 경우 노후 아파트들이 밀집돼 있어 향후 순차 이주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무작정 늦출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원구는 현지 조사(예비 안전진단)는 일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노원구청에 따르면 이달에도 상계주공2단지와 7단지가 현지 조사를 통과했고 하반기 예정된 상계주공 4·10·12·14단지 및 하계극동건영벽산, 중계그린 등의 현지 조사도 그대로 진행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