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진화 거듭하는 北 SLBM…"韓도 핵잠수함 도입 서둘러야"

[민병권의 군사이야기]

北, 핵능력 고도화 후 공세적 전환…3,000톤급 잠수함도 개발

공해로 우회 남하, 북극성으로 선제 타격 후 韓 인질 삼을 수도

美와 전면전 부담에 내륙보다 제주 등 도서지역 타깃 가능성

韓,이지스함에 요격 미사일 탑재·정찰 위성 등 적극 대비 필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위원장이던 지난 2014년 6월 동해함대사령부 예하 잠수함 부대인 해군 제167군부대를 방문해 잠수함에 탑승해 시찰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위원장이던 지난 2014년 6월 동해함대사령부 예하 잠수함 부대인 해군 제167군부대를 방문해 잠수함에 탑승해 시찰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 북한의 신형 3,000톤급 잠수함이 신포 일대의 잠수함 기지에서 벗어난다. 매복 중이던 우리 군의 최신예 재래식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추적했으나 적함이 공해상으로 우회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놓치고 만다. 고속으로 장시간 순항하기 힘든 재래식 잠수함의 한계 때문이다. 미군도 로스앤젤레스급 핵 추진 잠수함 등을 급파하고 우리 군과 함께 해상·수중 및 상공에서 탐색에 나섰으나 성과를 내지 못한다. 수중 음파 탐색이 동해의 복잡한 해류 환경 등에 방해를 받아서다. 추적을 따돌리고 남하한 북한 잠수함은 ‘북극성’ 계열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고각으로 발사한다. 목표는 제주해군기지다. 인근 해역에 우리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이 있지만 요격할 미사일이 없어 막지 못한다. 핵 무력을 과시한 북한은 한국을 핵 인질로 삼아 대미 협상에서 주한미군 철수, 종전 협정 등을 압박하는 강압 전략에 나선다.

이는 북한이 SLBM으로 핵 선제공격을 감행하는 ‘제한전쟁’ 시나리오다. 김동은 잠수함사령부 소령의 연구 내용을 골간으로 삼았다. 여기에 더해 국방부 출신 김준영 예비역 대령, 손수익 잠수함사령부 소령, 장진오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의 연구 자료와 최근의 북한 동향을 더해 서울경제신문이 시나리오를 각색했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우려가 상존하면서 우리 군도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을 서둘러 북한의 잠수함 탐지와 추적 능력을 대폭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과감한 예산 지원을 통해 이지스함에 요격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군 정찰위성 조기 도입과 무인 잠수함 개발에 나서 고도화되는 북의 SLBM 능력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높여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5년 5월 SLBM 발사시험을 참관하고 있는 모습.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5년 5월 SLBM 발사시험을 참관하고 있는 모습.


◇공세적으로 전환되는 북핵 전략=북한은 최근 핵 능력을 급격히 고도화함에 따라 핵 전투 태세를 이스라엘 방식의 수세적 방어 전략에서 파키스탄 방식의 공세적 강압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김 소령은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SLBM을 반격용 수단(2격)이 아닌 선제공격(1격)의 수단으로 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북한이 SLBM으로 선제공격을 가하더라도 수도권 등 내륙보다는 도서 지역이나 해상을 겨냥해 발사할 것이라는 게 김 소령의 분석이다. 수도권 등 내륙을 공격하게 되면 해당 지역에 주한미군, 국내 거주 미국인 등이 피해를 입게 돼 미국이 즉각 핵 보복 및 전면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북한 정권은 안위를 보장받기 어렵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과의 전면전 확전만은 피하는 ‘제한전쟁(일종의 국지전)’ 수준에서 자국의 핵전쟁 수행 능력을 과시한 뒤 한국을 핵 인질로 삼고 대미 협상에 나서는 강압 전략을 펼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 소령은 특히 북한이 SLBM 공격시 제주 해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제주도에는 미군기지가 없어 공격을 당해도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전면 핵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북극성 1호 미사일이 지난 2017년 4월 15일 평양군사 행진에서 공개된 모습북극성 1호 미사일이 지난 2017년 4월 15일 평양군사 행진에서 공개된 모습




◇한미동맹에 미칠 영향=만약 북한이 핵 선제공격을 해도 도서 지역이나 해상을 표적으로 삼아 주한미군과 국내 거주 미국인의 피해가 없다면 미국이 즉각적인 대북 핵 보복에 나설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오히려 과거 ‘연평도 사태’ 때처럼 우리 군의 독자적 보복 응징 공격마저 말릴 가능성이 있다. 자칫 전면적인 국제 핵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어서다. 미국은 대신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진 배치 등으로 확전을 억제하고 외교적으로 북한을 제재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지으려 할 수도 있다. 이는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려 한미 동맹 균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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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SLBM 공격을 하고도 과거 천안함 폭침 사태 때처럼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발뺌할 가능성도 크다. 공해상으로 잠수함을 숨겨 탄도탄을 쏘면 상대국은 어느 국가의 공격인지 입증할 물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오히려 자신들의 소행이 아닌데도 한미가 공격해온다면 자위권 차원에서 한국의 수도권과 일본 및 괌의 미군기지 등을 타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김 소령의 분석이다.

북한 신포급 잠수함 운항 모습북한 신포급 잠수함 운항 모습


◇고도화되는 북의 ‘SLBM’ 역량=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북한이 핵미사일로 선제공격할 위험성은 낮게 평가됐다. 당시에는 탄도미사일 및 잠수함 기술도 유사시 한국을 방어할 미국 본토까지 직접 위협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무렵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북한은 SLBM을 1발 탑재(북극성 3호 미사일 기준)할 수 있는 2,000톤급의 ‘신포급’ 잠수함(별칭 ‘고래급’ 잠수함)을 건조했다. 후속으로 3,000톤급 신형 잠수함도 건조하고 있다.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은 북극성 3호를 3발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소령은 보고서에서 신포급 잠수함을 통한 SLBM 공격을 가정했으나 3,000톤급 잠수함이 완성되면 북한은 해당 잠수함을 SLBM 실전에 활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 북한은 이미 최대 사거리 약 1,300㎞로 추정되는 SLBM인 ‘북극성 1호(별칭 KN-11)’를 개발해 2015~2017년 수차례 발사 시험을 했다. 후속으로 ‘북극성 3호(KN-26)’도 개발해 2019년 수중 발사대에서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도산안창호함/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도산안창호함/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제한적인 우리 군의 방어 역량=북한 잠수함 침투를 막을 우리 군의 방어 역량은 제한적이다. 우선 북한 잠수함 기지를 상시 감시할 우리 군의 독자적인 정찰용 군사위성이 전무하다. 적 잠수함 기지 인근에 우리 잠수함을 매복시켰다가 은밀히 미행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박순식 대령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리 해군 ‘장보고급 잠수함(독일 209급 잠수함)’의 잠망경 등 감시 장비와 전자전 장비는 성능이 낮아 정찰·감시 작전 역량이 매우 제한적이다. 2000년대 건조한 신형 ‘손원일급 잠수함(독일 214급 잠수함)’도 감시 영상 정보 해상도 문제, 전자전 능력 제한 문제 등을 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신 시스템을 갖춘 3,000톤급 국내 개발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이 조만간 우리 해군에 인도되면 잠수함 감시 능력은 크게 보강될 수 있다. 그럼에도 적 잠수함 추적 능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장진오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적 잠수함을 추적할 때는 아군 잠수함이 음파탐지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그재그로 움직이기 때문에 적함보다 1.5배 이상의 속력을 내야 한다. 핵 추진 잠수함이 아닌 재래식 잠수함은 이처럼 고속으로 장시간 운항할 경우 축전지가 수시간 만에 방전돼 수면에서 충전(스노클)을 해야 하므로 지속적인 추적이 어렵다고 장 위원은 평가했다.

현무2탄도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 우리나라는 현무계열 미사일을 개발해 북핵에 맞서고 있으나 재래식 탄두를 싣고 있어서 핵미사일에는 위력이 미치지 못한다. 사진제공=ADD현무2탄도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 우리나라는 현무계열 미사일을 개발해 북핵에 맞서고 있으나 재래식 탄두를 싣고 있어서 핵미사일에는 위력이 미치지 못한다. 사진제공=ADD


◇핵 추진 잠수함 도입과 요격미사일 확보해야=현재 우리 군이 보유한 탄도미사일 방어망은 레이더가 대부분 북쪽을 향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도 마찬가지다. 이를 피해 북한 잠수함이 뒤통수치듯 남하해 SLBM을 발사하면 탐지하기 어렵다. 그나마 해군은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해 이지스 구축함을 도입했지만 요격용 미사일(SM-3 등)을 탑재하고 있지 않아 SLBM을 막지 못한다. 따라서 북한 잠수함을 지속적으로 탐지·추적해 유사시 격침할 수 있는 핵 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거나 구입하고, 이지스함에 SM-3 요격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군 당국이 예산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여기에 더해 독자적인 군 정찰위성 조기 도입, 고고도 무인정찰기 및 무인 잠수함 개발·확충, 해상 초계기 보유량 확대, 해군 수상함 대잠 체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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