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조기 귀국한 청해부대 장병의 언론 인터뷰가 충격과 아픔을 주고 있다. 청해부대의 한 승조원은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가 퍼진 문무대왕함 내부 상황은 지옥이었다”며 “피가래가 나오고 하루하루 환자가 늘어나는데도 먹은 약은 타이레놀뿐이었고 살려달라는 사람이 속출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가가 우리를 버린 것 아니냐”며 이번 일로 직업군인을 그만두려고 한다는 뜻을 밝혔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게 하는 증언이다.
청해부대원 301명 중 90%인 271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된 것은 군 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치욕이다. 군 지휘부는 참담한 상황을 자초해놓고도 은폐를 시도했다. 군 당국은 2월 청해부대 34진을 파견한 후 5개월 동안 백신 접종 계획도 세우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해외 파병 부대에는 백신도 보내지 않으면서 북한에 백신 공급을 제안한 것은 정상적 행태가 아니다. 정부는 감염경로부터 이후 대처, 백신 공급 문제까지 철저히 진실을 파헤쳐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방부가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전면 감사에 착수했지만 ‘면피용 셀프 감사’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런데도 정부와 군 당국의 상황 인식은 너무 안이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최근 청해부대 장병 후송용 공중급유수송기 파견에 대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라고 외려 대통령을 칭송했다. 국가가 피가래를 뱉으며 절규하는 장병들의 건강도 챙기지 못하면서 어떻게 나라를 지킬 수 있겠는가. 문 대통령은 당초 이번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만 말했다가 23일 뒤늦게 “청해부대원들이 건강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세심히 살피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말로만 사과할 게 아니라 철저한 진상 조사를 거쳐 군 수뇌부를 문책하고 불행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을 해소하고 안보를 튼튼히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