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내려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450만 달러)에서 통한의 역전패를 허용한 ‘핫식스’ 이정은(25)은 경기 후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26일(한국 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GC(파71)에서 막 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3라운드까지 신들린 샷 감을 선보이며 5타 차 단독 선두를 달렸던 이정은은 이날 버디 5개, 보기 5개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266타로 호주교포 이민지(25)와 동타를 이룬 그는 1차 연장전에서 보기를 범해 버디를 잡은 이민지에게 무릎을 꿇었다.
무난한 우승이 예상됐던 이정은은 전반에 압박감 탓인지 갑작스러운 샷 난조를 보이며 4타를 잃었다. 후반 들어 안정을 되찾은 이정은은 막판 3연속 버디를 잡으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지만 18번 홀(파5)에서 열린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두 번째 샷을 연못에 빠뜨려 허무하게 패했다.
이정은은 경기 후 “코로나19로 힘든 한국 팬들에게 태극기가 내려오는 장면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이 대회는 시상식 때 스카이다이버들이 우승 선수의 국기를 들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이벤트를 펼친다.
이정은에게 7타 뒤진 채 출발해 역전 우승을 거둔 이민지는 LPGA 투어 통산 6승째이자 첫 메이저 우승을 달성했다. 2주 전에는 그의 남동생 이민우(23)가 유럽 투어 스코티시 오픈을 제패했다. 당시도 연장 우승이었다. 이민지는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렸다. 우승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민지는 도쿄 올림픽 골프 경기에 호주 대표로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