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ACE' 키워야 포스트 코로나 주도…수소 등 디지털 접목 확대를

[창간기획-리셋 더 넥스트]

< 2 > 초격차 DNA로 진화 - 국가 투자전략 업그레이드

선진국 중심으로 글로벌공급망 재편

디지털경제 전환·친환경 기조 가속

새 무역질서에서 경쟁우위 점하려면

반도체·전기차·5G·AI·빅데이터 등

미래산업 투자 늘려 경쟁력 강화

R&D 중심 '마더팩토리'로 대응 필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경제 분야의 모든 것이 디지털로 연결되는 이른바 ‘ACE(Always Connected Economy·언제나 연결돼 있는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며 각국의 공급망 재편 및 친환경 기조 강화로 새로운 무역 질서가 자리 잡을 것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각국은 자국 기업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작업 및 디지털 경쟁력 강화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감염병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산업의 맥이 끊기지 않는 상시적인 연결에 국가 투자 전략을 집중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국가 투자 전략의 핵심을 ‘ACE’로 규정한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우리나라를 둘러싼 환경은 △탈중국에 기반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디지털 기반 경제 체제 구축 △환경 분야에서 지속 가능성 중시 등으로의 전환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 수석연구위원은 국가마다 자국 이익 우선주의가 판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는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로 바뀌면서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 양상이 다자 협력을 통한 대중 압박으로 바뀌었을 뿐 미중 무역 분쟁 등 글로벌 국수주의 행태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산업·통상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산업·통상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또 다른 ‘초격차’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디지털 통상’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무역망 재편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우리만의 핵심 기술력 강화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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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외신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후 각국은 자국 기업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작업 및 디지털 경쟁력 강화 작업을 신속히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 확산으로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커진 반도체가 이 같은 글로벌 산업계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미국이 올해 초 관련 산업 육성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유럽연합(EU) 역시 오는 2030년까지 1,450억 유로를 투입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중국 또한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등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한 ‘중국 제조 2025’를 꾸준히 추진하며 글로벌 패권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산업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생산 라인의 내재화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전기차, 그린수소 등 미래 핵심 산업으로 패권을 확장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 초기만 하더라도 글로벌 이동 제한 등으로 경제활동이 크게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는데 디지털 기술을 통해 코로나19가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디지털 전환에 되레 속도가 붙게 됐다”며 “각종 변이 바이러스 등이 향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각국이 산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는 만큼 우리 정부도 이 같은 투자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또한 올 들어 ‘K반도체 전략’과 ‘K배터리 전략’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하고 있지만 포스트 코로나 경제 주도권 쟁탈전에서 미국·중국·유럽 등 강대국에 점차 밀려나는 모습이다. 실제 삼성전자·현대차·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업의 해외 공장 신설·증설 계획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지만 해외 기업의 우리나라 관련 투자는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다.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나 유럽은 국내 대비 인건비도 높고 인력의 숙련도도 낮지만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선진국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해외 현지 공장을 증설해야 한다”며 “결국 국내는 연구개발(R&D)을 중심으로 하는 ‘마더팩토리’로의 변신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며 신규 산업 육성 등으로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산업 전문가는 “5세대(5G)와 AI 등 디지털 관련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이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만큼 해당 기술에 디지털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쟁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산업·환경·노동·외교 등의 이슈가 서로 간 다층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들 변수를 모두 고려한 정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탄소 중립 이슈만 하더라도 발전·운송·산업 등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주지만 각 부문별 이해관계가 다른 데다, 특히 산업 내에서도 주요 섹터별 영향이 달라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 이항구 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산업 간의 경계가 없어지는 데다 각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검토해야 하는 만큼 개별 기업이 해당 이슈에 빠르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며 “각 부처나 협회 등으로 쪼개져 있는 주요산업 진흥이나 대응 업무를 한 곳에 통합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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