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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상속세제 패러다임 전환, 국민적 설득 필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몇 년 전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북유럽의 선진 복지국가인 스웨덴이 지난 2005년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폐지했는데 직전인 2004년 12월 31일에 사망자 숫자가 줄어들고 2005년 1월 1일에 사망자 수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인간이 본인이 잘 먹고살 정도 이상으로 일하는 것은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어하기 때문이며 이렇듯 세금은 인간의 죽음마저도 움직인다는 얘기였다. 과연 신빙성 있는 주장인가 싶어서 찾아보니 스웨덴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분석한 논문도 존재할 정도였다.



스웨덴은 일반적으로 높은 세 부담으로 유명한 관대한 복지국가이며 조세정책에서 형평성을 중시하는 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2005년에 상속증여세를 폐지한 것은 큰 시사점이 있다. 세계 많은 나라들이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3개국이 상속세를 아예 폐지했고 직계비속에게 상속세를 부과하는 18개국의 상속세율 평균은 약 27%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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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 50%는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고 최대주주에 대한 상속 주식 할증 과세를 할 경우 60%에 이르러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상속 주식에 일괄적으로 할증 과세를 하는 국가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상속세는 대부분 국가들에서 세수 규모는 별로 크지 않으면서도 국민들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금이다. 이는 정치인 입장에서는 상속세 정책 방향에 따라 정치적 지지도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쉽사리 건들기 힘든 제도이기도 하다. 필자가 대표 발의한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상속세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제대로 된 토론도 없이 잠자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낮추는 것은 경제성장에 한계가 있어 외국으로의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의도다. 글로벌 시대에 국가 경제성장을 위한 특출한 경제정책이 많지 않아 벌어지는 국제적인 조세 경쟁의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상속세는 이른바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형평의 가치를 중시해왔고 국가 경제적 관점에서 자본 이탈을 막는 성장의 가치는 외면해왔다. 1명의 부당한 상속을 막기 위해 99명의 선한 상속 행위를 규제해왔던 패러다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오래된 거부반응을 제대로 인식하고 설득하지 못한다면 상속세제 패러다임 전환은 불가능하다. 현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도 상속 시점이 아니라 처분 시점에 과세하는 자본이득세로의 전환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본격적인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 미래를 생각하는 국가 지도자라면 국민을 설득할 용기가 있어야 하며 우리 국민들도 과거와는 달리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


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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