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은 ‘세대 올림픽’이다. 20대가 40대와 경쟁하고 10대와 50대가 맞붙는 장면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여자 탁구의 17세 신유빈이 2회전에서 상대한 중국 출신 선수는 58세였다. 10대가 주류인 여자 기계체조에 46세 ‘전설’ 옥사나 추소비티나(우즈베키스탄)도 있었다. 미국 수영팀은 10대가 무려 11명이다.
신설 종목인 스케이트보드 여자 스트리트가 열린 도쿄 아리아케 어반 스포츠 파크. 다섯 차례나 X게임 금메달을 차지한 이 바닥 최고 스타 레티샤 부포니(28)는 간발의 차로 결선 행에 실패했지만, 같은 브라질 소속 레알 하이사의 은메달을 제 일처럼 기뻐했다. 부포니는 13세의 하이사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너는 나의 영감”이라고 속삭였다. 인기 비디오 게임에 자신의 캐릭터가 있을 정도의 글로벌 슈퍼스타임에도 나이·경력과 관계없이 ‘10대 소녀'를 올림픽 메달리스트로서 예우한 것이다.
이제 마흔인데 “젊게 마음먹으면 몸이 젊어진다”고 중년들에게 희망을 전한 남자 양궁 오진혁. 그는 단체전 마지막 화살을 놓으며 “끝”이라고 혼잣말한 뒤 정말로 끝내기 10점을 꽂아 금메달을 결정지었다. 하지만 공은 막내에게 돌렸다. 조카뻘인 열일곱 김제덕을 “영웅”이라고 표현하며 “정말 고마운 동료”라고 감사를 전했다. 권위를 내려놓은 ‘어른’들의 진심이 세대 올림픽을 빛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