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 상승분의 약 80%가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1년 새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가는 물론 전세가마저 폭등하면서 임차인 보호 취지로 도입된 임대차법이 오히려 세입자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7일 서울경제가 KB국민은행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7월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3억 1,834만 원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5월의 2억 3,856만 원보다 7,987만 원(33.4%) 상승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상승 폭의 78.7%에 해당하는 6,280만 원이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오른 금액이라는 것이다.
서울도 사정이 비슷하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정권 초 4억 2,619만 원에서 올 7월 6억 3,483만 원으로 무려 2억 864만 원 상승했는데, 이 중 65.0%인 1억 3,561만 원이 최근 1년 새 오른 액수다. 새 임대차법이 전세 가격 폭등의 주범인 셈이다.
임대차법 시행 전에는 전세 시장은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 상승률은 2017년 2.5%, 2018년 1.2%, 2019년 0%에 그쳤다. 2020년에도 임대차법 시행 전인 7월까지의 상승 폭은 4.5%였다. 매매 가격이 2017년 5.2%, 2018년 10.7%, 2019년 1.3%, 2020년 1~7월 9.4% 뛴 것에 비하면 안정적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임대차법이 시행된 뒤 전세 가격은 올해 7월까지 24.6%나 폭등하면서 같은 기간 매매 가격 상승률(25.0%)을 따라잡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법의 효과는 가격과 기간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데 가격적 측면에서 주거 안정성을 꾀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임대차법 시행이 최근 전세가 급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폐지·개선 목소리 커지지만 당정은 더 옥죈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1년 여가 된 가운데 부작용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전세 난민의 울분은 더 커지는 가운데 월세화는 더욱 빨라지면서 주거 사다리는 붕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법을 페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오히려 신규 전월세 계약에도 임대차법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은 폐지를 요구하는데 정부와 여당은 더 옥죈다는 계획이다.
우선 새 임대차법은 전세 살다가 돈을 모아 내 집을 장만하는 주거 사다리를 무너뜨리고 있다. 전세 소멸이 빠르게 이뤄지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임대차 3법 시행 전 1년(2019년 8월~2020년 7월)간 19만 4,686건이었으나 시행 후 1년(2020년 8월~2021년 7월 27일) 16만 8,750건으로 13.3% 감소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월세(준월세·준전세 포함) 거래량은 5만 4,702건에서 5만 7,260건으로 4.7% 늘었다. 전월세 거래량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8.1%에서 33.9%로 5.8%포인트 높아졌다.
전세 매물은 실종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해 초(1월 7일) 5만 890건에서 임대차법 시행일인 7월 31일 3만 8,427건으로 줄더니 시행 2개월 만인 10월 5일에는 8,313건까지 곤두박질쳤다. 이후 조금씩 늘면서 27일 현재 2만 50건을 기록 중이지만 임대차법 시행일 이후만 보더라도 거의 반토막 수준(47.8%)이 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법 시행으로 재계약율이 높아지면서 유통 물량이 줄어든 데다 종합부동산세 등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맞물리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상한제로 신규 계약의 전세 및 월세 가격이 대폭 오르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추후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도 집주인이 5%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또 “계약갱신청구권제로 인해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이 증폭됐고 전월세신고제를 통해서는 임대인이나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임대차법은 대폭 수정되거나 폐지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