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34년 백년가게의 비결, 새벽 4시에 일어나는 ‘부지런함’과 ‘정성’”

[백년가게] 김미자 평양옥 대표, 25살에 처음 시작해 34년째 운영 중

중소기업벤처부 지난 4월 백년가게 88곳 추가 선정

한여름에도 가마솥 이용해 24시간 끓여내 맛 유지

30년 넘게 해왔지만 여전히 부족함 느껴 끊임없이 요리 연구

김미자 대표는 34년 간 한 자리에서 평양옥을 운영하고 있다./사진=정혜선김미자 대표는 34년 간 한 자리에서 평양옥을 운영하고 있다./사진=정혜선




“평양옥은 평생 나의 놀이터입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 어느 날,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에 자리 잡은 평양옥에서 김미자 대표를 만났다. 닭곰탕 전문점인 평양옥은 지난 4월 중소벤처기업부에 의해 백년가게에 선정됐다. 백년가게는 한우물경영을 통해 업력이 30년 이상된 장수 소상공인을 말한다.

김미자 대표는 한 자리에서 34년 넘게 닭곰탕을 끓여온 대표적인 장수 소상공인이다. 한 가지 일을 30년 넘게 해왔지만 그 일에 대한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않다. 가게 근처가 집이라는 김 대표는 지금도 새벽 네 시에 일어나 가게로 나온 뒤 가게 문 닫는 시간까지 일한다. 하루 평균 18시간을 일하는 셈이다. 반평생을 하루 18시간씩 평양옥에 쏟아부을 수 있었던 것은 일이 아닌 ‘놀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힘들어서 못했을 겁니다. 그저 음식하는 게 즐거웠고, 더 맛있게 끓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재미있었죠.” 그가 평양옥을 자신의 ‘놀이터’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음식을 대하는 김 대표의 진심은 닭곰탕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래서일까. 평양옥은 요즘처럼 무더위가 지속되는 여름이 아니어도 보양식을 찾는 이들로 항상 붐빈다.

- 반갑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평양옥의 김미자다(웃음). 소개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어서 쑥스럽다. 25살부터 30년 넘게 평양옥에서 닭곰탕을 만들고 있다. 이곳에서 1남 2녀를 낳아 다 키워냈다.”

- 올해 초 백년가게에 선정됐다. 감회가 남달랐을 듯하다.

“백년가게에 선정됐다는 말을 듣고 떨리면서도 뿌듯했다. 그리고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백년가게에 걸맞게 더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34년이면 엄청난 세월이다. 평양옥에 청춘을 다 받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양옥엔 제 인생이 묻어있다. 1년 전 리모델링을 해서 구조가 바뀌었지만, 그전에는 이곳에 넓게 대청마루와 방이 있었다. 여기서 아이 셋을 낳고 키우고 재워가며 닭곰탕을 끓여냈다. 참으로 긴 시간인데,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하면 못했을 것 같다.”

-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일하러 나오신다고 하던데.

“집이 가까워서 눈이 떠지면 평양옥으로 나온다. 그게 새벽 세 시일 때도 있고, 네 시일 때도 있다. 그때부터 놀이가 시작된다(웃음). 가마솥으로 닭곰탕을 끓이는데, 예열하는 데만 한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에 재료 손질도 하고, 커피도 마신다. 그러면서 일을 시작한다.”

- 아직도 직접 닮곰탕을 끓이시나.

“물론이다. 30년을 끓였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하루는 사위가 자신에게 몇 점을 줄 거냐고 묻더라. 그때 50점밖에 못 준다고 했다(웃음). 자꾸 연구하다 보니 욕심이 더 생긴다. 더 맛있게 더 좋게 만들고 싶어 앞으로도 연구할 게 많아 50점을 줬다.”

- 요즘 기술이 좋아져 편하게 곰탕을 끓일 수 있지 않나.

“물론 요즘 것도 좋지만, 전통적인 맛을 고집한다. 저 뜨거운 가마솥에 24시간 끓여내는 것과 쉬운 방법으로 간편하게 끓여내는 것은 맛이 천지 차이다. 내가 먹어보면 안다. 내가 아는데, 손님들은 모르겠나. 그리고 직장인들이 대부분 아침 거르고 점심에 든든하게 곰탕 한 그릇 먹으려고 찾아오는데, 맛 좋고 몸에 좋게 만들고 싶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곰탕을 끓이면 우리 아이들도 먹이고 그랬다. 우리 아이 먹인다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계속 전통적인 방식으로 끓여낼 생각이다.”

- 이 일을 시작하면서 창업주에게 기술을 전수받았다고 하던데.

“엄마가 닭곰탕 가게를 경기도에서 크게 하셨다. 맛있게 잘 끓여서 입소문을 타 유명한 분들이 일부러 먹으러 올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엄마는 닭을 직접 키운 후 잡아 숙성시켜 닭곰탕을 끓였다. 그때 집에서 닭을 숙성시키는 법을 배웠다. 엄마는 자신의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났다. 옆에서 그런 엄마를 보면서 ‘나도 엄마처럼 해야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 요리라는 게 옆에서 보고 배운다고 다 맛있게 되는 게 아니더라. 엄마에게 전수는 받았지만, 자신의 맛을 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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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점은 실패해도 실망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하고 원하는 닭곰탕 맛이 나오지 않았을 때, 내가 소홀했거나 부족한 탓이라고 여겼다. 음식은 정말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매일 끓이는 닭곰탕이지만, 어느 날은 평소랑 맛이 다를 때가 있다. 이유를 생각해 보면 물의 양이 달랐던지, 끓이는 시간이 평소보다 짧았던지 다 원인이 있더라.”

서대문 경찰서 골목에 들어서면 평양옥 간판을 볼 수 있다./사진=정혜선서대문 경찰서 골목에 들어서면 평양옥 간판을 볼 수 있다./사진=정혜선


- 30년 넘게 자영업을 하면서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 두가지가 있다면.

“손님이 몰리는 이른바 맛집이라는 곳에 가보면 공통된 점이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첫째는 정성이고 두 번째는 부지런함이다. 게으르면 음식 장사를 할 수 없다. 내가 새벽에 나와 가마솥을 예열하고 닭곰탕을 끓이는 이유가 다 있다. 내가 하루 몸이 피곤하다고 게으름을 피우면 그날은 닭곰탕 맛이 다르다.”

- 평양옥이 다른 닭곰탕 전문점과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전국에 맛있다는 닭곰탕집을 다 찾아다녔다. 우리 집 닭곰탕과 비교해보고 부족한데 있으면 연구를 해야 하니 먹으러 많이 다녔다. 평양옥의 닭곰탕은 토종닭을 숙성해 가마솥에서 여러 약재와 장시간 끓여낸 고소하고 진한 맛이 있다. 내가 이 더위에도 가마솥을 포기 못 하는 이유다(웃음).”

- 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젠가.

“한 자리에서 30년 넘게 있다 보니까, 몇십 년 전에 먹어보고 생각나서 가족들과 찾아왔다는 손님이 있다. 한 번 먹고 나서 잊을 수도 있는데, 힘들 때 내 음식이 생각나 찾아와 주니 얼마나 고맙고 좋은지 모르겠다.”

- 직장 생활도 5년에 한 번씩 위기가 찾아온다. 가게를 30년 넘게 운영하면서 위기는 없었나.

“다행히 큰 위기가 없었다. 그 위기도 생각하기 나름인데, 저는 항상 나 자신을 탓하고,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 손님들이 과거보다 덜 온다면 음식 맛에 문제가 있는 거고, 음식 맛이 달라졌다면 내가 소홀해진 거다. 자식과 음식은 똑같다. 공들인 만큼 보답이 온다.”

- 가게를 둘러보니까 따님과 사위가 보이더라. 가족 경영 중인가.

“욕심을 많은데 나이가 드니까 힘에 부치더라. 고맙게도 가족들이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덕분에 요즘 음식 트렌드도 알게 되고, 가게 운영에도 반영할 수 있어 너무 좋다.”

- 이번에 평양옥 국물팩을 만들었다고 하던데.

“우리 집에서 닭곰탕을 먹고 해외에 나간 분들이 자꾸 그 맛이 생각나는데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지 문의를 해온다. 닭곰탕을 포장해서 해외로 배송해 줄 수도 없으니, 처음에는 당연히 방법이 없다고 했다. 재차 문의가 오고, 아이들이 일을 도와주게 되면서 사위가 방법을 찾아주더라. 국물팩을 만들어서 보내는 게 어떻겠냐고 말이다. 나는 팩으로 만들면 평양옥의 닭곰탕 맛을 낼 수 있겠느냐고 반대를 했다. 내 마음을 알고 아이들이 노력해준 덕분에 최근에 평양옥 닭곰탕 팩이 나왔다.”

- 축하드린다. 새로운 도전을 하신 거 아닌가.

“맞다. 도전이었는데 이뤄냈다. 지금은 크지는 않지만 홍콩쪽에서 주문이 들어와 판매를 하고 있다. 판로는 계속 개척하는 중이다.”

-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로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들이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평양옥은 어떤가.

“코로나19 이전보다는 확실히 줄었지만, 여전히 많이들 찾아주신다. 그래서 더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

- 요즘은 자영업의 수명이 길지 않다. 한우물경영으로 오랜 기간 일을 해온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해준다면.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면 안된다. 난 30년 넘게 닭곰탕을 끓여도 아직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나. 마찬가지로 일이 자리를 잡고 성과를 내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나 자신을 믿는다’는 약속을 스스로 해야 한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하나씩 이뤄나가다 보면 성장을 하고 음식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손님들이 인정해 주는 날이 온다.”


정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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