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태권도, 더 화려하고 덜 폭력적"...'금메달' 이탈리아 관심 집중

이탈리아, 올림픽 금메달 딴 태권도 재조명

현지 유력 언론, 2개면 걸쳐 특집기사

축구스타 이브라히모비치도 유단자

NYT "소외 국가들에 가장 관대한 스포츠"

비토 델라퀼라 금메달. /UPI연합뉴스비토 델라퀼라 금메달. /UPI연합뉴스





이탈리아가 도쿄올림픽 태권도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태권도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비토 델라퀼라는 지난 24일(현지시간) 태권도 남자 58㎏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탈리아가 이번 올림픽에서 획득한 첫 금메달이자 27일 오후까지 기록된 단 한 개의 금메달이 태권도에서 나온 만큼 현지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유력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26일자 지면의 2개 면이나 할애해 '한국에서 탄생한 무예, 아이들을 매료시키다'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태권도가 기원전 한국에 있던 여러 격투 기술들이 집대성돼 탄생한 무예”라면서 “다른 무예에 비해 더 화려하면서도 덜 폭력적이며 전통보다는 혁신성이 돋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0년 올림픽 종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전 세계에 빠르게 보급되면서 수련자 수가 유도나 가라데보다 많은 7,000만명을 헤아린다고 짚었다.

또 이탈리아태권도협회(FITA)에 정식 등록된 도장은 600여 개, 회원 수는 2만6,000여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유명 배우 클라우디아 제라니,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에서 뛰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AC밀란)도 검은 띠 유단자라고 소개했다.



이탈리아는 태권도의 유럽 진출에 교두보가 된 국가로 꼽힌다. 세계태권도연맹(WTF) 부총재를 지낸 고(故) 박선재(1938∼2016) 씨가 전 세계 태권도 보급 초창기인 1966년 로마에 첫 도장을 개관함과 동시에 FITA를 창설해 뿌리를 내렸다. 그는 이듬해 유럽태권도연맹(ETU)까지 만들며 일본 가라데가 득세하던 유럽에서 태권도 보급의 기반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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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선 태권도 역사가 오래된 만큼 국제대회 성적도 준수하다. 이탈리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은메달,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내는 등 꾸준히 메달을 거둬왔다.

한편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5일 태권도가 소외된 국가들에 “가장 관대한 스포츠”라고 평가한 바 있다. NYT에 따르면 다른 경기에서는 메달이 없거나 극히 적었지만 태권도 메달을 가져간 나라는 12곳 이상이다. 코트디부아르와 요르단, 대만이 태권도에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61개국 선수와 난민 대표팀 3명의 멤버도 태권도에 출전하며 도쿄올림픽 기수 12명 이상이 태권도 선수다. 여러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인구 규모가 작거나 부유하지 않은 나라에서도 태권도 선수를 배출하고 있는 셈이다.

태권도가 다른 스포츠에 비해 저변이 넓은 이유는 비싼 장비나 특별한 훈련 장소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NYT는 "태권도는 체조나 권투처럼 높은 인지도나 시청률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에서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즐기는 자기 방어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도쿄 올림픽에는 난민 대표로 출전한 선수도 세 명이나 된다. 도복 아래 검은 띠에 '태권도'라는 한글 자수를 새긴 이란 출신 키미야 알리자데는 지난 2016년 이란 선수로 출전해 메달을 땄지만 이번에는 히잡을 벗고 난민 선수로 참가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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