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빅테크 및 사교육 규제의 영향으로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지속되며 코스피가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규제가 자국 기업들에 국한하는만큼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하면서도 ‘공산당 공포’로 인한 외국인 자금 이탈 움직임에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하는 등 수급구조가 개선되지 않는한 당분간 코스피 역시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주 코스피는 전주보다 52.13포인트(1.6%) 하락한 3,202.32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전날인 30일 하루 동안 40.33포인트(1.24%)가 빠지는 등 하락 폭이 컸다.
최근의 코스피 하락세는 외국인의 순매도 기조가 확대되는 것과 영향이 깊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발 규제 리스크로 인한 아시아 신흥국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 심리 위축, 반도체 등 IT 업종에 대한 피크아웃(고점 도달) 우려 등이 외국인 순매도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며 중국 증시가 급락했는데, 영향력 확대를 위한 조치임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중국 정부의 규제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중국 정부의 규제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제한적이지만 외국인 수급에는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중국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며 위안화 약세가 나타나고 있고, 신흥국 통화 약세와 신흥국 투자자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 역시 중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아시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며 한국 시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는 점을 증시의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만 자금의 성격상 중국 기술주 투자 자금이 한국 주식시장과 연관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외국계 자금의 이탈 동조화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순매도 기조 확대가 국내 기업들의 실적 피크아웃 우려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4조 원 이상 순매도를 확대시키고 있는데 특히 반도체 업종에 대한 순매도가 3조 원을 넘어서고 있다”며 “이같은 순매도는 대만에서도 관측되는데 즉 IT 업종을 중심으로 향후 이익 전망이 둔화되고 있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IT업종 외국인 동향이 국내 주식시장 해외 유동성 수급을 좌우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외국인 순매수 전환을 통한 수급구조 개선 시점이 당분간 미뤄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다음주도 코스피 박스권 장세를 전망하며 종목장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하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심의 경기 호조는 지속 중이지만 한국에서는 코로나19의 재확산, 3분기 이후 기업 실적의 피크아웃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원인이 돼 박스권 장세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며 “2022년까지 장기 실적 전망이 양호한 업종을 중심으로 순환매 차원에서 테마가 형성될 수 있는 주식들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다음주 코스피 밴드로 3,200~3,320포인트를 제시했다.
한대훈 연구원 역시 중국 빅테크 규제로 증시가 흔들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신흥국 또는 아시아 신흥국을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에서 의미있는 자금유출 신호는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봤다. 그는 “중국의 규제 이슈가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경계할 필요는 있지만 현재로선 중국만의 이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기대감이 높은 실적과 풍부한 유동성을 생각해볼때 중국발 이슈로 조정이 나타나면 적극적인 매수 기회로 삼아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