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아신전’이 너무 짧은 분량이라서 관객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도 있지만, 아신 뿐 아니라 생사초가 자라는 폐사군과 여진족 수장 아이다간 등 새로운 설정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시즌3로 넘어가기 전에 관객을 ‘킹덤’의 세계관에 좀 더 자연스럽게 초대하는 역할을 생각했습니다.”
지난달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은 러닝타임 92분의 스핀오프 영화에 가깝다. 조선에 귀화한 여진족인 ‘성저야인’ 아신(전지현 분)이 조선과 여진의 정치적 결정 때문에 가족과 모든 것을 잃은 뒤 양쪽을 향해 벌이는 차가운 복수극에 역병의 시초인 ‘생사초’ 이야기를 녹였다. ‘킹덤’ 시즌 1·2가 남방 지역 배경인 것과 달리 ‘아신전’은 북방 국경 지대에서 사건이 벌어지며, 국경 너머 여진족 캐릭터들이 새롭게 등장한다. 극 분위기는 전작과 이질적이면서 어둡고 날이 서 있다. 이런 풍경이 시즌3에서 갑자기 나타났다면 관객들이 매우 낯설어할 것이 분명할 터. ‘킹덤’ 시리즈 세계관의 창시자라 할 김은희 작가는 최근 화상으로 열린 간담회에서 ‘아신전’의 필요성을 이 같이 정리했다.
시즌 1·2와 시즌 3의 징검다리 성격이 강한 작품이지만, 아신전은 넷플릭스 공개 후 영화부문 글로벌 인기 순위에서 일주일 넘도록 상위권을 지키며 화제 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영국 NME는 “‘킹덤’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전율 가득한 안티히어로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김 작가는 “가장 한국적 시대와 가장 서양적 존재인 좀비의 만남이란 새로운 시도가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점수를 받은 게 아닌가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킹덤’ 시리즈를 관통하는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는 아신전으로도 이어진다. 조선 군관 민치록(박병은 분)이 조선 국경을 지키려 선택한 결정은 아신에게 씻을 수 없는 한(恨)을 남기고, 아신이 복수를 위해 생사초를 이용하는 선택은 조선 땅의 민중을 도탄에 빠트린다. 김 작가는 “현대든 과거든 잘못된 정치로 화를 입는 것은 최하층 계급이라는 생각이 반영됐다”며 “천대와 멸시를 받으며 약탈 당할 수밖에 없었던 성저야인을 통해 피지배계급의 한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지현이 연기한 아신은 생사초를 조선 땅에 퍼트린 장본인으로 향후 시즌에서 악역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아신전에서는 복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안티히어로’로서 설득력 있는 모습을 보인다. 관아에서 가장 천대받고 몹쓸 대접을 받던 아신이 생사초를 이용해 군관과 군졸들을 몰살시키며 지붕 위에서 싸늘한 표정으로 참혹한 광경을 내려다보는 구도가 인상적이다. 전지현은 김 작가의 차기작인 드라마 ‘지리산’에서도 주역을 맡아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줄 예정이다.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는 시즌 3는 아신전의 중심 정서인 한(恨)을 이어갈 전망이다. 김 작가는 시즌 1·2에서 이창(주지훈 분), 조학주 등 지배 계급의 선택이 극을 이끌었다면 시즌3부터는 피지배계급이 극을 이끌 것이며, 아신전에 등장한 폐사군은 생사초가 나는 지역으로서 어떤 생명체가 나올지 알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곳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