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디지털 화폐가 극복해야 할 것들

최공필 디지털 금융센터 대표

특정국가가 디지털 권력 소유 위험

글로벌 공동체 역할분담 도출해야

현금서 보장하는 수준 익명성 필요

합리적인 과세 원칙 합의도 마련을

최공필 디지털 금융센터 대표최공필 디지털 금융센터 대표




최근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세상이 디지털화되면서 보다 빠르고 편리한 지급 결제 수단과 방식이 필요하게 됐고 통장 대신 전자지갑에 표시되는 디지털 시대의 현금 수요도 구체화되고 있다. 페이스북의 ‘리브라’로 반영된 민간 주도의 디지털 화폐 수요는 그동안 시대 변화에 뒤졌던 국경 간 거래 관련 송금이나 청산 결제 분야에서 신선한 자극을 주면서 변화를 앞당기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는 칸막이 식 규제 체계로 불가피한 국경 간 거래에 유용한 측면이 부각된다. 그러나 민간의 해법은 과세 기반 축소 및 금융 안정과 소비자 보호에 관한 우려, 자금 세탁 방지 의무 관련 규제의 필요성으로 인해 확장성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현 금융 시스템의 핵심 기구인 중앙은행이 기술 발전으로 주도된 시장 수요에 본격 대응하기 시작했다.



법으로 정해진 공급자적 관점에서 벗어나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지급 결제를 통해 소비자 효용을 제고하려는 점은 분명한 발전이다. 그러나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속성상 CBDC의 출현은 미처 예상치 못한 위험도 내포하고 있어 상당한 사전 검토와 준비가 필수적이다. 우선 기존 은행들은 신용 창출에 직접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통화 정책의 운영 방식에 대한 영향력이 커진다. 더욱이 CBDC의 설계에 따라 은행들의 중간 역할이 축소돼 시장 흐름에 밀착한 신용공여가 어려울 수도 있다. 자칫 자의적 잣대로 신용공여가 이뤄질 위험도 있다. 시장의 미세한 흐름까지 관여할 경우 큰 그림에서의 정책과 종종 상충될 가능성도 있다. 80여 개 중앙은행에서 기업과 개인 고객에 대해 차별화된 이중적 접근을 근간으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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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배경도 상이해서 CBDC 자체가 적어도 자국 내에서는 새로운 정책 도구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CBDC라고 해도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의 모습은 현재의 것과 다를 바 없다. 소위 기축통화국을 제외하면 CBDC가 다양한 참여자들에게 개방된 수평적 참여형으로 진행되기 어렵다. CBDC의 기반은 납세자들의 데이터이므로 디지털 주권의 측면에서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중앙은행들이 엄연히 법적 신뢰 주체 중심이고 엄격한 규제 체계 위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국가가 주도하는 CBDC만으로 국경을 넘어선 금융 포용을 제고하고 국가 간 상호 운영성을 높이는 것은 여의치 않다. 대안으로 국경 간 호환성을 제고하기 위한 mCBDC(다중 CBCD)가 제시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의 거대 시장을 자체적 지불 플랫폼을 키우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가 많고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경제적 효과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특성상 거대 강국들의 CDBC가 여전히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국경 없는 거대 기술 기업의 독주를 견제하려다 특정 국가가 타 국민의 프라이버시까지 좌우하는 막강한 디지털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분명한 위험이다.

글로벌 공동체의 리더십은 이해 당사자들 간의 역할 분담과 관련 합의점을 도출해내야 한다. 특히 특정 주체가 관리하는 계좌 기반의 시스템과 개방형 블록체인 기반 토큰 시스템의 조화로운 운영을 위해서는 다수의 참여와 철저한 시장 검증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동시에 CBDC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현금에서 보장되는 일정 수준의 익명성은 지켜져야 한다. 국경 없는 거래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과세 원칙 합의와 더불어 일련의 규약에 따른 민간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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