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다리엔 갭

미국 알래스카주 북단 프루드호 베이에서 남미 대륙 끝인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를 잇는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는 세계 최장의 국제 고속도로다. 총 연장 4만 8,000㎞에 이른다. 남북의 극 지방 가까이를 연결하고 적도를 지나는 이 도로를 이용하면 다양한 계절과 자연 환경을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고속도로에서 유일하게 끊긴 구간이 있다. 중미의 남단 파나마의 다리엔주 야비사와 남미의 관문인 콜롬비아의 투르보 사이의 ‘다리엔 갭’ 87㎞이다. 자동차 여행자들이 이 구간을 넘으려면 페리를 이용해야 한다.







다리엔은 다리엔 갭을 포함해 폭 50㎞, 길이 160㎞의 파나마 일대 열대 밀림 늪지대를 뜻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탐사 보도 에디터인 로버트 영 펠턴은 지난 2003년 이곳을 다녀간 뒤 펴낸 책에서 “지구상에서 아직 탐사되지 않은, 사람들이 가기를 꺼리는 마지막 지역”이라고 표현했다. 원시 정글로 가시덤불·뱀·말벌·모기·도적떼들이 득실대고 콜롬비아 무장 반군이 활동하는 곳이다. 17~18세기 스코틀랜드 왕국은 이 지역에 도시 건설을 추진하다가 스페인 왕국의 공격과 전염병으로 실패했다. 스코틀랜드는 이 일로 빚더미에 올라 잉글랜드 왕국과 병합하게 됐다. 1970년대와 1990년대 두 차례 고속도로 건설이 추진됐지만 환경보호와 전염병 확산 방지 등을 이유로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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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엔 정글을 통해 미국행을 꿈꾸는 불법 이민자들이 최근 급증했다. 파나마 정부에 따르면 올해 이곳을 통과해 입국한 북미행 이민자들이 4만 2,000명 이상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리브해의 아이티·쿠바나 남미 출신은 물론 아프리카·남아시아에서 온 이들도 적지 않다. 콜롬비아가 지난해 코로나19로 닫았던 국경을 올해 5월 열었고 브라질과 에콰도르의 출입국 문턱이 낮아진 영향도 컸다. 이민자들은 배와 도보로 위험한 정글을 통과해 살아남더라도 파나마를 지나 코스타리카·니카라과·온두라스·과테말라 등을 거치고 멕시코 북부 소노라 사막을 건너야 미국 국경을 만날 수 있다. 모두들 삶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살 길을 찾아 고국을 떠난 이들이다. 부강한 나라를 만들지 못하면 국민들을 지킬 수 없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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