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대출 조여도...주담대 한달새 4조 폭증

[7월 가계대출 잔액 700조 육박]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 여전

지난달 주담대 상승폭 올 최고

신용대출도 2조 늘어 증가폭 ↑

규제약발 안먹혀 대출관리 빨간불





국내 주요 은행의 지난달 가계 대출 잔액이 700조 원에 육박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한 달 새 4조 원 가까이 급증하면서 올 들어 사상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고 신용 대출도 한 달 전보다 2조 원가량 늘었다. 카카오뱅크 등 공모주 청약 열풍이 분데다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 심리가 꺾이지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 당국이 지난달부터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하는 등 대출 조이기를 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규제 효과가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695조 3,082억 원으로 6월 말(689조 1,073억 원) 대비 6조 2,009억 원 증가했다. 올해 들어 가계 대출이 가장 크게 늘어난 것은 4월로 9조 2,266억 원이었다. 7월 말 증가액은 4월 다음으로 가장 큰 증가 규모다. 전년 동기의 잔액 634조 9,053억 원에 비해서는 9.5%나 늘었다. 이는 금융 당국의 올 하반기 관리 목표치인 3~4%의 2.4~3배에 이르는 증가율이다.





가계 대출의 증가세를 이끈 것은 주담대였다. 주담대 잔액은 489조 5,837억 원으로 전월(485조 7,600억 원)보다 3조 8,237억 원 증가했다. 2월 올해 들어 가장 큰 증가세를 기록했던 3조 7,579억 원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주담대가 약 4조 원 늘어난 이유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높은 점을 손꼽는다. 정부는 집값이 이미 최고 수준으로 근접했다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일 년 뒤 주택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목소리가 높고 이게 대출 수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36%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상승률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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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신용 대출 잔액 역시 140조 8,930억 원으로 전달(139조 294억 원)보다 1조 8,636억 원 불었다. 신용 대출 잔액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의 기업공개(IPO)가 몰려 있던 4월 사상 최대인 6조 8,401억 원을 기록했었다. 지난달 신용 대출 증가액이 이보다 적지만 전달 5,382억 원 증가한 데 비하면 상당히 늘어난 규모다.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크래프톤 등 공모주 청약이 이어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공모주 청약이 있으면 투자자들이 신용 대출, 마이너스 통장을 통해 거액의 증거금을 넣는데, 지난달에도 이 같은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신용대출 잔액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최근 10일간 계속해서 상승 추세를 유지하는 등 코인 시장이 회복세를 보였던 점도 신용 대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계 대출이 다시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시중은행의 대출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금융 당국은 애초 목표로 한 가계대출 증가율 연 5∼6%를 맞추려면 하반기에 연 3∼4%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상반기 가계 대출 증가율은 연 환산 8∼9% 수준으로 목표치를 넘어섰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에서도 기준금리를 연내 인상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은행에서도 이를 반영해 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우대금리나 한도 축소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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