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국유기업에 자국산 제품만 구매하도록 하는 ‘바이 차이니스’ 지침을 비밀리에 전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사실상의 무역장벽으로 세계무역기구(WHO) 규정 위반일 뿐 아니라 미중 무역 합의에도 어긋나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로이터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 등은 지난 5월 ‘수입품 정부 조달 감사 지침’이라는 문서를 국유기업과 병원, 기타 정부 관련 구매 업자에 하달했다. 이 문서에는 의료 장비, 지상 레이더 장비, 실험 기계, 광학 장비, 축산 물품, 지진계, 해양·지질·지구 물리학 장비 등 315개 품목에 대해 부품의 25~100%가 중국산인 제품을 조달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자기공명 영상 장치의 경우 100% 중국산 부품으로 만들어진 제품만 구매하도록 규정했다. 자국산 부품 비율을 높인 정부 조달 기준은 해외 기업의 입찰을 까다롭게 해 사실상의 비관세 무역장벽을 세우는 효과가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문건을 입수한 소식통은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했을 때 이런 식의 무역장벽을 시행하기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월 미국산 대량 구매를 규정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재정부와 공업정보화부는 이 문건에 대한 로이터의 확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최근 미국도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앞세워 정부 조달 시장에서 미국산의 비율을 높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바이 차이니스’ 지침은 비밀리에 진행되는 데다 영향을 받는 대상과 물품의 범위가 훨씬 넓어 문제가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중국과 거래하는 미국 기업으로 구성된 미중기업협의회의 더그 베리 대변인은 “문건에 대한 소문은 들었지만 아직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면서 “중국 내 미국 기업들이 입찰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