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섬진강댐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발생한 수해 피해가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낡은 댐 규정과 운영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하긴 했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만큼 사실상 인재(人災)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는 환경분쟁조정을 통해 피해지역 주민에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3일 환경부는 지난해 여름 발생한 섬진강댐 등 댐 하류의 수해 원인과 이에 대한 정부 후속 조치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집중호우로 섬진강댐 하류 78곳, 용담댐·대청댐 하류 53곳, 합천댐·남강댐 하류 27곳 등 158개 지역이 피해를 입었다. 인명피해는 46명으로 지난 10년 평균(15명)의 3배 수준으로 재산피해도 1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피해조사를 맡은 한국수자원학회는 ‘집중호우, 댐 운영관리 및 관련 제도 미흡’, ‘댐·하천 연계 홍수관리 미비’, ‘하천의 예방투자 및 정비부족’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먼저 학회는 피해가 발생한 지역 공통으로 댐 관리규정에 기후변화를 반영하지 않고 준공 당시 계획방류량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1961년 설계된 섬진강댐은 총저수량 대비 홍수조절 용량(6.5%)이 전국 평균(17.2%)이 40% 수준에 그치는 등 구조적으로 홍수대응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특정 기간에 강수량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댐 운영에도 문제가 있었다. 지난해 6월 21일 섬진강 댐 운영 수위는 예년보다 6m 높았다. 다른 댐도 홍수기 제한 수위를 넘을 정도로 물을 채워놓고 있었기 때문에 홍수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일부 댐에서는 하류 지역 주민에게 방류 통보를 늦게 하면서 대응시간도 확보하지 못했다. 댐 아래 흐르는 하천 역시 정비가 지연되거나 유지·관리가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피해를 본 주민들에게 배상액을 정하는 환경분쟁조정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방자치단체 주관으로 가구별 홍수피해 규모를 조사한 결과 전체 피해가구 수는 8,356가구로 피해건수는 2만 9,304건, 피해산정액은 3,725억 원으로 집계됐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지난해에 피해를 본 주요 하천의 임시복구가 홍수기 전 완료됐고 하천의 전반적인 개선사업도 진행 중이다”라며 “매년 심각해지고 있는 기상이변을 고려해 댐 관리규정과 관련 지침도 개정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