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가 3일(현지시간) 성추행 문제로 친정인 민주당에서도 거센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사퇴 거부 시 뉴욕주 의회가 탄핵을 추진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어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문답에서 쿠오모 주지사의 거취를 묻는 말에 "나는 그가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성추행 의혹이 사실이라는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지도부는 일제히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의회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도 성명을 내고 "진실을 말하기 위해 나선 여성들을 성원한다"며 "나는 주지사의 뉴욕 사랑과 주지사직에 대한 존중을 인정하지만 그가 사퇴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쿠오모 지사가 전·현직 보좌관을 성추행하고 추행 사실을 공개한 직원에 보복 조처를 했다는 내용의 특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쿠오모의 성추행 논란이 불거진 후 혐의가 사실이라면 사퇴해야 한다는 조건부 입장을 밝혔고, 펠로시 의장은 한 방송에서 여성의 주장을 믿어야 한다고 했지만 사퇴 요구로까지 나아가진 않았다. 당시와 비교해 행정부와 의회의 수장이 사퇴 요구를 분명히 하며 쿠오모 주지사의 용단을 촉구한 셈이다.
뉴욕주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연방 의원들도 가세했다. 뉴욕주를 대표하는 두 상원 의원인 민주당 소속 척 슈머 원내대표와 커스틴 질리브랜드 의원은 쿠오모의 사퇴를 요구했다. 하킴 제프리스, 그레고리 믹스, 톰 스워지 하원 의원도 공동 성명을 내고 "이제는 때가 됐다"고 결단을 촉구했다. 이들 3명은 지난 3월 뉴욕주의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들이 사퇴 촉구 성명을 낼 때 이름을 올리지 않았었다.
뉴욕주의 주 의원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며 쿠오모 주지사 탄핵까지 거론했다. 민주당 소속인 칼 히스티 뉴욕주 하원의장은 이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주지사 자리에 앉아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탄핵 조사를 마치기 위해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뉴욕주의 주 상원의원 63명 중 최소 55명도 쿠오모 사퇴에 동조했다. 이는 뉴욕주 의회가 쿠오모 탄핵을 추진할 경우 상원의 가결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 3분의 2를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쿠오모 주지사는 검찰의 발표에 대해 "사실과 아주 다르다"며 부적절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사람들을 포옹하고 뺨에 입맞춤하는 것은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한 행동일 뿐”이라며 “상대방의 인종이나 성별, 나이에 상관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