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타고난 한계 넘으려면 '무기력의 밧줄’ 끊어야 "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 익산 시민대학 강연

발 묶임 경험한 새끼 코끼리는

성장 후에도 무기력 탈피 못해

인간 능력 키우는 유일한 방법은

기계나 약 아닌 끊임없는 도전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 /사진=쇠부리토크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 /사진=쇠부리토크




“인간의 타고난 한계 극복은 ‘학습된 무기력’의 밧줄을 끊는 데서 시작됩니다. 뇌 과학적으로도 인간의 능력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은 과학기술이 아닌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입니다.”



뇌 과학자인 장동선(41·사진) 궁금한뇌연구소 대표가 4일 전북 익산시 유튜브 방송 ‘시민대학’ 온라인 강좌에서 “기술로 초인에 가까워지는 ‘인간 증강’ 연구가 시도되고 있지만 결국 다양한 실행과 경험에 의한 변화가 우리 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뇌공학연구소에서 인간 인지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장 대표는 독일신경퇴행성질병센터(DZNE)에서 근무하고 귀국 후 현대차 미래개발팀장을 지낸 뇌 인지·행동 분야의 전문가다.



장 대표는 이날 ‘타고난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이라는 주제 강연에서 뇌 구조의 정보 저장·처리 체계, 뇌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기술 접목을 연구하는 ‘바이오사이버네틱스’ 과학자들이 인간과 뇌의 경계 확장까지 탐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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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간의 뇌는 몸 밖에서 존재할 수 없지만 뇌가 몸 밖의 대상을 마치 자신으로 느낀다는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며 “유체 이탈이나 VR 등을 이용한 아바타가 실제 자신으로 인지하는 실험들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을 이용한 경계 확장 연구는 최근 가속이 붙고 있다. 인터넷 초창기 마이크로소프트(MS) 개발팀장을 지낸 토머스 리어든 박사가 세워 페이스북에 인수된 스타트업 CTRL랩스는 팔근육에서 뇌의 미세 신호를 잡아 컴퓨터를 조작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이 실현되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키보드를 두드리지 않아도 PC를 쓸 수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뉴럴링크도 칩을 직접 돼지 머릿속에 이식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장 대표는 “기술로 인간 능력이 커지는 인간 증강이나 유전자를 선택해 탄생시킨 ‘맞춤 아기(디자이너 베이비)’도 실현되고 있다”며 “다만 현대 문명이 집단지성에 의한 사회적 뇌로 발전한 결과인 것처럼 뇌 유전자는 생물학적으로는 진화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장 대표는 결국 기계와 약의 힘을 빌리는 뇌의 능력 증강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뇌 과학적으로도 다양한 경험치가 뇌 신경세포 간 연결로 남게 되고 또 그 아래 원자 수준의 신경 채널들 사이에서 재차 저장된다”며 “이 저장되고 연결된 ‘고리’ 안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고 실제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확장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끼리 밧줄’ 이론도 제시했다. 새끼 코끼리의 발을 묶어두면 그 코끼리는 성장해서도 ‘무기력’의 경험을 기억해 새끼줄로 대충 묶어둬도 도망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타고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스스로 마음에 묶어둔 밧줄 때문”이라며 “이 밧줄을 끊고 계속 도전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심·학습·실행이 모인 ‘작은 성공’의 경험이 곧 나 자신을 만든다”며 “이 세상에 한 방에 좋아지는 것이 없듯 일상 속의 ‘상승 곡선’을 타도록 매번 도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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