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대선 출사표 던진 최재형…"인성·도덕성 흠잡을 곳 없는 후보"

고교시절 장애 친구 등하교·자녀 입양·병역 명문가 최대 강점

'월성 원전' 文정부와 대립각…중도하차·정치권 직행은 부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한 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한 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담 제조기'는 4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최재형(65) 전 감사원장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수식어다. 최 전 원장은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를 쓰지 못하던 친구 강명훈 변호사를 고등학교 시절 2년간 업고 같이 등하교했다. 두 사람은 최 전 원장이 경기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2년 교회에서 만나 신앙을 두고 교감하면서 가까워졌다. 나이는 같았지만, 최 전 원장이 한 학년 위였다. 최 전 원장은 기왕이면 강 변호사가 경기고에 입학해 자신이 도우며 공부할 수 있게 간절히 기도했다고 한다. 최 전 원장의 성품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대목이다.



최 전 원장은 1975년, 강 변호사는 이듬해에 서울대 법대에 차례로 입학했다. 죽마고우는 1981년에 함께 사법고시에 나란히 합격했다. '50년 지기' 강 변호사는 최 전 원장의 후원회장까지 맡아 대권 가도에 함께 올라탔다.

최 전 원장은 법조계에 들어선 뒤 "법원은 국민으로부터 사회의 분쟁과 갈등을 치유하고 정의를 세우라는 책무를 부여받았다"는 소신으로 소송 기록을 꼼꼼히 파악해 재판을 하기로 유명했다. 판사 재직 시절에는 재판 당사자와 소통해 공감을 얻어내고, 이론과 실무에 정통해 재판 결과를 신뢰하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온화한 성품에 친화력으로 신망과 존경을 받았던 최 전 원장의 또 다른 미담은 입양한 자녀들과 관련 있다. 최 전 원장은 부인 이소연 씨와의 사이에서 두 딸을 낳은 뒤 2000년과 2006년에 각각 작은아들과 큰아들을 입양했다. 최 전 원장은 지난 5월 언론 인터뷰에서 열 살 때 입양된 영진 씨에 대해 "입양 후 몇 년간은 힘들었다"고 고백하며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은 이해와 인내가 필요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영진이가 (유학을 위해) 떠나면 맛있는 라면이랑 떡볶이, 부침개는 누가 만들어 주나 걱정"이라며 애틋한 부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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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한 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한 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따뜻한 품성으로 유명하지만, 자신의 원칙과 소신에 반하면 양보하지 않는 강단도 있다. 감사원장 재직 시절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과정에서 정치권의 외압 논란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음에도 최대한 말을 아끼며 감사를 진행했다. 이를 계기로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다가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나 정치권으로 직행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행보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 전 원장은 지난달 부친 최영섭 해군 퇴역 대령이 세상을 떠나는 아픔도 겪었다. 최 대령은 6·25 발발 직후 동해를 통해 부산으로 침투하던 북한군 600명을 수장시킨 대한해협 해전과 인천상륙작전 등 주요 전투에 참전해 공을 세운 한국 해군의 영웅이다. 퇴역 후 순국 장병 유족과 군 유공자를 챙기는 데 여생을 보낸 고인은 둘째 아들인 최 전 원장에게 "대한민국을 밝혀라"라는 유훈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장교 출신인 최 전 원장은 조부인 독립운동가 최병규 선생의 후손이다. 부친인 최 대령과 삼촌, 아들까지 장교와 부사관, 병장으로 제대했다. 군 면제를 받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여야의 다른 대선후보에게는 없는 병역 명문가라는 점은 최 전 원장이 보수층은 물론 병역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남성 젊은층에 어필할 수 있는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평소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일반 대중에겐 '최재형'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 여권 인사는 "지금까지 모범생이 대통령이 된 적이 있느냐. 학자들은 시대정신을 운운하지만, 실상은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국민성에 대선 승패가 갈린다"며 최 전 원장의 경쟁력에 의문을 나타냈다. 따라서 캠프 내부에선 남은 시간 이미지 재설계와 함께 '최재형표 정책'으로 미래 비전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캠프 관계자는 "인성과 도덕성 면에서 이미 흠잡을 곳이 없는 후보"라며 "'미담 제조기'에서 '미래 제조기'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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