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에 각각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사가 내정됨에 따라 두 기관이 고질적인 갈등 관계에서 벗어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들 금융 당국 양대 수장이 주요 현안에서 소통과 협업을 통해 한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35년이 훌쩍 넘는다. 1985년 행정고시 28회 동기로 재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재무부 국제금융국에서 사무관으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특히 행시 28회는 ‘백사회’라는 친목 모임을 통해 주기적인 만남을 지금까지 이어올 만큼 끈끈하기로 유명하다. 백사회는 28회 합격자가 104명이었던 데서 이름을 따왔다.
또 둘은 1급 공무원 시절까지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2001년 고 후보자는 재정경제부에서 금융감독위원회로 이동했다. 정 내정자는 재정경제부에 남아 주요 요직을 거치다 2010년 금감위의 후신인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금융업권별 규제 정책을 총괄하던 금융서비스국장이 바로 고 후보자였다. 이후 2012년 정 내정자가 금융위 사무처장으로 승진하자 고 후보자가 금정국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2013년 정 내정자가 기획재정부 차관보로 이동한 뒤 생긴 빈자리를 채운 것도 고 후보자였다.
차기 금융정책·감독 라인이 ‘원팀’으로 현안을 헤쳐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금융위와 금감원은 ‘불편한 동거’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불화가 잦았다. 특히 최종구 전 위원장과 윤석헌 전 원장은 키코(KIKO) 피해 기업 구제, 삼성바이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종합 검사 의혹 등 각종 사안마다 갈등을 빚었다. 은성수 위원장도 금융 감독 체계 개편 등을 놓고 윤 전 원장과 여러 차례 충돌했다. 정 내정자가 금융위 주요 보직과 부위원장까지 거쳐 금융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만큼 과거와 같은 불협화음이 생길 일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 후보자, 정 내정자와 동시에 친분이 있는 한 금융권 인사는 “두 사람 성격은 차이가 있지만 금융정책에 대한 이해도 남다르고, 오랫동안 많은 일을 해온 것을 감안하면 역대 최적의 조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