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동떨어진 美·EU 사례로 해운법 개정안 제동거는 공정위…"외국 선사 입장 대변하나" 지적

치킨게임 자신있는 EU만 운임담합 폐지

운임 공동행위 금지하면 아시아 시장 뺏길수도

한진해운 파산보다 더 큰 피해 생길 것





해운법상 공동행위에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는 해운법 개정안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걸자 해운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가 대표적 화주 국가인 미국이나 글로벌 1~3위 선사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유럽연합(EU) 사례를 근거로 해운 공동행위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주장대로 국내 선사가 제재를 받게 될 경우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유럽 선사의 치킨게임에 휘말려 한진해운 파산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해운법상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한다는 해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공정위는 선사의 운임 공동행위가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해운업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규제를 강행하고 있다. 이에 위성곤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해운법상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아닌 해양수산부가 관할해야 한다는 규정을 명확히 한 것이다.



문제는 공정위가 국내 실정과 동떨어진 미국과 EU를 예로 들어 공정거래법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EU가 2008년 정기선 담합에 대한 경쟁법 제재를 포괄적으로 면제한다는 규정을 폐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EU는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를 폐지하면서도 선박 공동운항 등 얼라이언스(해운동맹) 수준의 공동행위는 허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대대적인 치킨게임에 나섰다. 아시아 선사는 운임 공동행위를 통해 유럽 선사 공세에 대한 방어에 나섰지만 결국 한진해운 파산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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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에서는 공정위 주장대로 해운 공동행위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운임 공동행위를 못 하게 막을 경우 국내 선사들은 유럽 선사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유럽은 머스크라인(1위), MSC(2위), CMA CGM(3위) 등 초대형 선사를 앞세워 치킨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 시장 진입을 호시탐탐 노리는 유럽 선사 입장에서는 공정위의 규제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 화주 국가이지만 자국 선사가 없는 미국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과도 상황이 다르다. 미국은 압도적인 물량을 바탕으로 연방해사위원회(FMC)를 통해 선사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선사가 없어도 화주를 보호할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미국은 개별 선사가 화주와 비밀로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해운동맹의 시장지배력을 떨어뜨리고 자국 화주 보호를 위한 조치다.

우리나라의 해운 경쟁 국가인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호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정기선사 간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다. 주요 국가 대부분은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조항을 해운법에 두고 있을 뿐 아니라 독점금지법에 대한 적용면제 규정도 해운업이나 해상운송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를 경쟁법에서 정하고 있는 국가는 글로벌 선사가 없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 정도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덩치가 큰 유럽 선사들은 운임 덤핑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도 유럽처럼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를 금지하길 바라고 있다”며 “아시아 시장에서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가 폐지될 경우 머스크라인을 비롯한 유럽 선사들이 아시아 시장을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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