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이 제휴 관계인 빗썸과 코인원에 코인 이동(입출금) 중단을 제안한 가운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빗썸과 코인원은 농협은행의 코인 입출금 중단 제안에 대해 내부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특정금융거래법에 따라 거래소는 코인의 거래소 간 이동 시 송·수신자 정보를 모두 수집해야 하는 ‘트래블 룰(Travel rule)’ 시스템을 내년 3월 25일까지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농협은행은 거래소에 대한 검사·감독을 내년 3월까지 유예한다는 것일 뿐, 특금법이 본격 시행되는 오는 9월 25일부터 거래소는 트래블 룰을 지켜야 하는 게 맞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거래소들이 9월 25일까지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므로 일단 코인 입출금을 중단하자는 입장이다.
일단 코인 상장폐지를 했을 때가 문제다. 거래소가 잡코인 상장폐지를 단행할 경우 투자자는 이를 다른 거래소로 옮기면 코인 보유 개수를 유지할 수 있지만 코인 이동이 중단되면 앉은 자리에서 보유 코인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한다.
변동성도 증폭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협은행 제안대로 되면 이들 거래소에서의 코인 가격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빗썸에서 비트코인이 개당 4,700만 원에 거래되고 다른 거래소에서 4,600만 원에 손바뀜이 일어날 경우 투자자들은 다른 거래소에서 빗썸으로 코인을 이동시킨다. 자신이 보유한 비트코인을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빗썸에서의 비트코인 공급량은 많아지고 가격은 자연스럽게 내려가 다른 거래소와 비슷한 가격대가 형성된다.
그러나 코인 이동이 막히면 오로지 빗썸 이용자만의 수요 공급에 의해서만 가격이 움직여 이전보다 출렁이는 정도도 커진다. 안 그래도 큰 코인 변동성은 증폭되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 수요에도 불이 붙을 수 있다. 더구나 빗썸과 코인원만 코인 이동을 중단하면 이동이 가능한 업비트로 자금이 쏠려 업계 1위 업비트의 독점적 시장 지위는 더 공고해질 우려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작전 세력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일종의 ‘가두리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거래소 간 코인 이동이 가능하면 외부에서도 코인이 드나들기 때문에 웬만한 자금력을 보유하지 않고서는 세력이 시세를 조작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 거래소에서만 코인이 거래되면 그만큼 시장이 작아져 시세 조작도 쉬워진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화한 적이 있다. 업비트는 지난해 11월 코인 스트라티스의 심볼 변경(STRAT→STRAX) 때문에 이동을 중단했다. 이후 스트라티스에 최대 200%의 김치프리미엄(해외 거래소보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코인이 비싼 정도)이 생겼다가 일시에 급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후 지난 6월 업비트는 다시 스트라티스 이동을 재개했고 현재 스트라티스의 김치프리미엄은 1%대로 다른 암호화폐와 비슷한 수준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트래블 룰 구축은 내년 3월까지로 알고 준비 중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중단 요청이 있었다”며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 원칙으로 두고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