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가 한 달 내내 이어진다면 월 매출이 1,5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떨어지는데 인건비·임대료 내면 말 그대로 마이너스입니다.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가족들에게 매장을 맡기고 배달을 시작했는데 10일 동안 150만 원을 벌었습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A 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전 하루 평균 50만 원 매출을 내다가 4단계 직후 하루 10만 원 매출로 급락하자 생계를 위해 배달 일에 나서게 됐다면서 이같이 하소연했다. 호프집 등 주점의 경우 저녁이 주된 영업시간이기 때문에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된 현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A 씨만의 사정이 아니다. 종로구에서 삼겹살 집을 운영하는 B 씨 역시 저녁 장사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인 까닭에 점심 장사에까지 나섰지만 적자를 메우기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B 씨는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집단면역이 생길 때까지 저희 같은 자영업자들이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집단면역이나 코로나가 종식되기 전에 다수는 폐업을 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종로구를 비롯해 인근의 명동 상가 곳곳에는 휴·폐점과 임대 공지가 붙어 있을 만큼 ‘줄폐업’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저녁 장사를 주로 하는 업종의 매출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대비 50% 이상 감소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6일 정부가 오는 22일까지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를 연장하기로 하자 자영업자들은 ‘한계 상황’이라며 절규하고 있다. 여기에 강도 높은 규제를 받는 집합 금지 업종에 속한 업종과 일반 업종의 매출 격차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어 또 하나의 ‘갈등의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8일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전국 술집 매출은 7월 12일부터 이달 1일까지 3주 내내 매출이 평년(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 대비 50%가량 감소했다. 소주방·포장마차 업종은 올해 28주차(7월 12~18일) 평년 대비 매출이 50% 하락한 데 이어 7월 마지막 주에는 57%나 떨어지며 사정은 점점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프·맥줏집도 7월 12~18일에 38%, 7월 19~25일 43%, 7월 마지막 주에는 50% 각각 감소했다. 거리 두기가 격상되면서 매출액 감소 폭도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신용데이터가 전국 70만 자영업자의 카드 매출 데이터를 관리하는 캐시노트를 분석한 결과 거리 두기 4단계가 3주째 이어지면서 소상공인들이 빚더미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프집 같은 술집은 배달도 제한적인 까닭에 최근 커지고 있는 배달로 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신용데이터 측은 “자영업의 경우 매출이 평년보다 20%가량 하락하면 적자로 돌아선다”며 “매출이 50% 정도 하락하면 손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직전 2019년 전국 소상공인의 사업체당 매출액은 월 1,955만 원이다. 비용은 1,680만 원으로 사업체당 영업이익은 월 275만 원 수준이다. 단순히 비용 전체가 고정비용이라고 하면 매출이 50% 떨어지면 한 달에 적자 규모만 700만 원이다. 자영업 특성상 임대료 등 고정비용이 크기 때문에 매출이 반 토막이 난 술집의 경우 매달 200만~300만 원가량 적자를 볼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집합 금지 등 규제가 덜한 업종을 비롯해 지역 간 규제의 강도가 다른 점도 또 다른 갈등의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규제가 덜한 업종이나 제주도를 비롯해 강원도 등 일부 지역 자영업자들의 매출액이 평년보다 상승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소매점 등 집합 금지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업종은 일부 지역에서 오히려 평년보다 상승한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도권 4단계가 시작된 28주차 전국 동네 슈퍼마켓과 음식료품 판매점의 매출은 평년 대비 15%, 7% 올랐다. 또 같은 기간 강원도와 제주도 등 주요 관광지 내 자영업자 매출액도 평년 대비 4%, 5% 증가했다. 코로나19 전보다 소매업·관광지 내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더 늘어난 건데 매출이 50%나 줄어든 집합 금지 규제 업종과 비교하면 소상공인 내에서도 ‘빈부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이 이어지자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를 22일까지 2주 연장했다. 수도권에서는 오후 6시 이후 3명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 모임 인원 제한이 유지된다. 이렇게 되면 3인 이상 모임 금지 규제를 받는 자영업자들은 한 달 넘게 막대한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이에 이철 한국외식업중앙회 홍보국장은 “오후 6시 이후 테이블당 2명만 받으라는 것은 식당 문을 열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음식점주들은 두 손 두 발을 다 들어버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