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늘어나는 테이퍼링 요구…긴축발작 가능성 이번엔 덜하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워싱턴의 연방준비제도. 지역 연은 총재들 중심으로 테이퍼링 요구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워싱턴의 연방준비제도. 지역 연은 총재들 중심으로 테이퍼링 요구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델타변이와 경제성장 둔화 우려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0.30% 하락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도 2.64% 내렸는데요.



좋은 소식도 있었습니다. 미국 기업의 6월 구인 건수가 1,010만 건으로 처음으로 1,000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7월에 비농업 일자리가 94만3,000개 증가했는데 최소한 지속적으로 강한 지표가 나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뜻이지요.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연 1.32%대로 올라섰습니다.

오늘은 지역 연방준비은행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요구가 또 나왔는데요. 이와관련해 테이퍼 텐트럼(긴축발작)의 실질적인 영향과 서로 다른 연준 인사들의 발언 읽기에 대해서도 살펴봅니다.

더들리 “이번엔 발작 가능성 덜해…테이퍼링→단기 금리인상→대차대조표 축소”


먼저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말부터 들어보죠. 그는 이날 블룸버그TV에 나와 연준이 언제 테이퍼링을 할 것 같으냐는 취지의 질문에 “명백히 그들(연준)은 가까워지고 있다.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하면서 언어를 바꿨다”며 “앞으로 연준의 공식발표까지 몇 달 남았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발표) 1~2달 뒤에 실제로 테이퍼링이 시작될 것”이라며 “완료하는데 8~10달 걸리는데 나는 이번엔 탠트럼 가능성은 덜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 /블룸버그TV 화면캡처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 /블룸버그TV 화면캡처


더들리 전 총재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2013년에 한 번 겪어봤기 때문에 투자자들과 시장 관계자들이 연준의 테이퍼링에 대한 전반적인 구조와 방향을 알고 있다는 얘기죠. 그는 “사람들이 연준의 게임플랜을 이해하고 있다”며 “먼저 테이퍼링을 하고 그 다음에 단기금리를 올린 뒤 대차대조표를 줄여나가기 시작할 것이다. 이번엔 투자자들도 더 편안할 것이고 연준도 (과거 경험에) 더 신중히 대처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 연은 총재만큼 월가와 시장을 잘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더들리 전 총재의 말을 유심히 들어야 하는 이유인데요.

이같은 분석은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 드린 폴 시어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선임펠로(전 S&P 부회장)의 예상과 같습니다. 그는 아예 2013년의 테이퍼 탠트럼 얘기가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대차대조표 줄어들어야 시장에 영향”…“연준 이미 늦어 오랫동안 비둘기파적일 것”


물론, 모두가 테이퍼 탠트럼의 영향을 낮게 보는 건 아닙니다. 어제 기사화한 서울경제 창간 특별인터뷰에서 스콧 매더 핌코(PIMCO) 핵심전략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신중한 테이퍼링 관련 논의도 시장 혼란(disruption)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그도 “연준은 3분기에 테이퍼링에 대한 신호를 보낼 것이며 시장과 의사소통을 잘할 것으로 보여 2013년과 같은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죠. 즉,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테이퍼 탠트럼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시장에서는 단순히 테이퍼링 개시만으로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보는 이도 있습니다. 생츄어리 웰스의 제프 킬버그는 이날 "사람들이 테이퍼링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 대단한 고용수치가 있다”며 “테이퍼링은 시장에 나쁜 게 아니다. 대차대조표를 줄일 때, 그때가 부정적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월가에서는 테이퍼링 시작보다는 대차대조표가 줄어들기 시작해야 증시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분간 시장은 순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AP연합뉴스월가에서는 테이퍼링 시작보다는 대차대조표가 줄어들기 시작해야 증시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분간 시장은 순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AP연합뉴스



이 때문에 그는 주식시장이 당분간 순항할 것이라고 봅니다.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기 시작해도 계속해서 대차대조표는 증가하는 모양새가 됩니다. 증시가 계속 좋을 이유라는 것이죠. 월가와 시장을 볼 때는 비관론과 함께 이런 낙관론을 늘 잘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낙관론이 허황돼 보이고 비관론이 더 지적 매력이 높지만 그래서는 시장을 제대로 읽을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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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아예 이날 “연준의 통화정책 변경이 이미 늦었다”고 단정했습니다. 연준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이미 테이퍼링을 시작했어야 한다는 게 그의 논지입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그 우려가 더 커질 것이라는 말이죠. 에리언은 “내 생각에 시장은 연준이 가능한 한 테이퍼링을 늦추려고 한다고 보고 있으며 그 결과 금리인상도 오랫동안 없다고 믿는다”며 “연준은 아주 오랫동안 도비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서로 다른 연준 위원들…파월·클라리다·브레이너드+뉴욕 총재가 핵심


이쯤에서 추가로 하나 챙겨볼 게 있습니다. 테이퍼링과 금리인상과 관련해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느냐는 것이죠. 앞서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델타변이로 테이퍼링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하는 반면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80만 명 이상의 고용이 두 번 나오면 10월에 테이퍼링을 한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바이든 정부의 실세인 브레이너드 이사는 이달 초에도 “테이퍼링을 서두르면 안 된다”고 했는데요.

연준 내에서도 특히 지역 연은 총재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이 있는 이들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연준 내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에서도 많이 다루고 있는데요.

하지만 연준의 통화정책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보다 무게중심을 둬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지도부+뉴욕 연은 총재’를 꼽고 있는데요.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연준의 경우 중요한 회의일수록 의장 중심으로 컨센서스를 모으려고 한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제롬 파월 의장과 리처드 클래리다 부의장,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에 뉴욕 연은 총재의 말이 중요하다”고 전했습니다.

바이든 정부 실세인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 연준의 정책 변화는 최종적으로 지도부와 뉴욕 연은 총재의 의중이 핵심이다. 아직까지 지도부는 긴축에 신중한데 이들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바꿀 때는 정책변화 직전이기 때문에 대응하기에 늦을 수 있다. /위키피디아바이든 정부 실세인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 연준의 정책 변화는 최종적으로 지도부와 뉴욕 연은 총재의 의중이 핵심이다. 아직까지 지도부는 긴축에 신중한데 이들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바꿀 때는 정책변화 직전이기 때문에 대응하기에 늦을 수 있다. /위키피디아


지역 연은 총재들은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게 월가의 의견입니다. 다만, 전체적인 지역 연은 총재들의 발언의 경향이 한쪽으로 몰리느냐 같은 추세를 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이날도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가 8~9월 고용지표가 잘 나올 경우 조속한 테이퍼링에 나설 것을 촉구했고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도 “가을에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이라며 “9월 중 발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리하면 이같은 분위기에도 결국 지도부와 뉴욕 연은 총재의 입이 마지막 관문이라는 얘기입니다. 지도부와 뉴욕 연은 총재가 모두 변하기 시작하면 정말 통화정책이 변한다고 보면 됩니다.

단, 이 경우는 코 앞에 닥쳤을 때 나올 것이기 때문에 대응하기에는 늦을 수 있습니다.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이런 뉘앙스를 풍길 때는 이미 정책변화 직전이라는 말이죠. 그래서 월가와 언론이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 하나, 움직임 하나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겁니다.

지도부는 속으로 방향을 잡고 시점까지 정했으면서도 외부에는 이를 곧이곧대로 알리지 않습니다. 시장반응과 경제에 미칠 영향을 따지기 때문인데요. 그들의 말을 신뢰하면서도 비판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만 순진한 사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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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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