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실거주 요건을 폐지한지 1달여만에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전·월세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 시기부터 위헌 논란이 일었던 ‘재건축 2년 실거주’ 요건을 폐지하자마자 매물이 급증한 것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은마아파트 전세와 월세 매물은 각각 267개와 189개였다. 지난 7월 12일 기준 해당 단지의 전·월세 매물은 74개, 80개에 그쳤지만 한달여만에 각각 260.8%, 136.2% 증가한 것이다.
한 달만에 갑자기 매물이 급증한 배경에는 ‘규제 폐지’가 있었다.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달 12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중 재건축 조합원에게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뺐다. 지난해 6·17 대책에서는 재건축 조합원이 단지 입주권을 얻기 위해 2년을 실거주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각종 논란 끝에 제외된 것이다.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면서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입주했던 집주인들이 다시금 세입자 구하기에 나서면서 매물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규제 폐지에 따른 매물 증가를 전·월세난 해소에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하지만 소수의 재건축 단지에서만 매물 증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전반적인 전·월세난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매물이 급증한 은마아파트에서는 기존 거래가보다 비교적 낮은 가격에 매물이 쌓이고 있다. 노후 아파트인 만큼 수리 정도 및 위치, 층수에 따라 전세 보증금이 천차만별이지만 이전보다는 호가가 비교적 낮아졌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한편 서울 내 전세 매물은 계속해서 감소세다. 9일 기준 서울 전체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9,792건에 그쳤다. 수요-공급 불균형 또한 심화하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84.7로 전주대비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