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 한창이지만 올해는 유독 무더운 날씨에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까지 겹쳐 마땅한 휴가지를 찾기가 어렵다. 인파로 북적대는 관광지가 부담스럽다면 접촉은 최소화하면서 자연의 혜택을 온몸으로 누릴 수 있는 숲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 맑은 공기와 휴가지에 놀러 온 듯한 분위기, 각종 편의시설까지 갖춘 도심 속 숲길은 집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기 아쉬운 이들에게 최고의 피서지다.
선정릉은 유적지일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인 강남의 허파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선정릉은 조선 성종과 그의 세 번째 비인 정현왕후, 아들인 중종까지 묻힌 왕의 무덤군으로, 능의 공간 배치나 형태 등을 통해 조선의 풍수 사상과 유교적 예법을 중시한 시대상까지 엿볼 수 있다.
선정릉에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푸른 숲이 펼쳐진다. 첫 번째 목적지인 재실까지 향하는 짧은 숲길은 풀내음을 맡으며 걷기에 적당하다. 능의 입구를 의미하는 홍살문과 제례 장소인 정자각을 지나 성종릉까지는 녹음이 우거진 나무 그늘이 펼쳐진다. 성종릉을 지나 정현왕후릉까지 중종의 묘석, 조형물을 비교하며 그 차이를 확인하는 것도 재미다.
강서구 ‘양천로’는 겸재 정선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구간이다. 양천 현령을 지낸 정선은 65~70세까지 지금의 강서구 가양동 일대인 양천현에 머무르며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출발은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이다. 하마비를 지나 언덕길을 오르면 서울에서 유일한 향교 터인 양천향교다. 조선 시대 지방 공립 교육기관이던 이 곳에서는 오늘날에도 한시나 서예, 예절 등 전통문화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향교 인근에는 정선의 현령 재임 기간 동안 남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겸재정선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 그가 영감을 얻어 작품을 그렸던 장소가 궁금하다면 미술관 뒤를 돌아 소악루까지 이동해보자. 한강과 건너편 덕양산 등 주변 산봉우리까지 정선의 작품 속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