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현정택의 세상보기] 산으로 가는 탄소중립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재생에너지시설 늘린다는 文정부

현실적 문제 외면하고 탈원전 고수

'2050 시나리오' 실현 가능성 의문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에서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다. 사전의 시나리오 뜻풀이를 보니 영화 각본 외에 앞으로 일어날 가상적인 결과들이라는 의미가 있는데 이번 발표 내용도 ‘가상’에 가깝다.



초안에 따르면 오는 2050년 전력의 60∼70%는 재생에너지, 15∼20%는 무탄소 신전원으로 공급된다. 전력 수요는 두 배로 늘어나는데 현재 발전량의 40%를 담당하는 석탄 발전은 1% 내외, 원자력 발전은 25%에서 7%로 쪼그라든다.

재생에너지인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을 설치할 땅이 부족하고 설비 용량을 늘리더라도 날씨 영향으로 실제 발전량은 그만큼 늘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는 외면했다. 24시간 일정한 전기를 생산할 수 없는 특성으로 정전의 위험이 큰 데 대한 해답도 없다.

무탄소 신전원은 현재 어느 나라에서도 상용화되지 않은 수소 발전이나 암모니아 발전을 지칭한다. 그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고라도 안전성은 따져봤는지 궁금하다. 전 세계 30개국에서 400여 기가 가동 중인 원자력 발전은 위험하고, 써보지도 않은 수소나 암모니아 발전은 괜찮다는 사고방식이다.



철강·정유·시멘트 등 한국 경제의 기둥인 공장들 연료도 거의 전부 전기와 수소로 바뀌는 것으로 시나리오에 잡혔다. 기술적인 검토나 비용 문제에 대한 고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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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배출을 100% 없애기는 불가능하니 남는 것은 탄소 포집 및 활용 기술(CCUS)을 통해 순 배출을 제로로 만든다고 한다. 이 기술 역시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 미래 얘기니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중간 단계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올해 10월 말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한국은 지난해 말 24.4%의 감축 목표를 제출했지만 유럽연합(EU) 55%, 미국 52%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 미흡하다는 비판에 따라 더 줄이기로 한 것이다. 단순한 온실가스 배출량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력을 비롯한 국가의 모든 에너지 사용을 결정짓는 중요한 계획이다. 발전소 건설과 기업 투자 계획의 근거가 되며 전기 요금과 물가 등 국민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두 달 뒤 국제사회에 할 한국의 2030년까지 감축 약속은 사실 임기가 끝나는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내년 봄 대선 이후 2027년까지 국가 경제를 운영할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문 대통령은 탄소 중립을 외치면서도 이와 상충하는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그 때문에 국가 계획이 뒤틀리고 있다. 탄소 중립 시나리오는 앞으로 책임자도 전문가도 아닌 일반 국민 500명으로 구성된 시민 회의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고 한다. 임기 초 탈원전을 결정할 때 사용했던 방식 그대로다.

온실가스 목표치는 국회에서 결정한다고 한다. 우리 국회는 탄소 중립 선언 이후 경제성도 없고 기후변화에도 역행하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제정한 곳이다. 여당 대표는 탄소중립위가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도 전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40%로 하자고 국회에서 연설한 바 있다.

산으로 가는 탄소 중립과 기후변화 논의로 유럽의 탄소 국경조정제도 도입 대응책과 같이 정작 필요한 구체적 조치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전기차 보급률이 유럽·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뒤지는 게 현실이다.

일본도 6월에 2050 탄소 중립 전략을 발표했다. 예산, 세제, 금융, 규제 개혁 등 실행 대책을 담은 전략으로 산업별·시기별 구체적 이행 계획과 재원 지원 방안이 들어 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고속로, 핵융합 발전 등 원자력 산업 발전 계획이 들어 있는 게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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