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집값 엄포도 모자라 땜질 처방 늘어놓는 정부


대책 없이 ‘집값 고점’ 엄포를 놓던 정부가 주택 공급 방안을 다시 들고 나왔다. 정부는 11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경기도 남양주시의 군부대 이전 부지를 활용해 3,200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3기 신도시의 사전 청약 물량은 애초 3만 가구에서 3만 2,000가구로 확대하고 주민 반대 등으로 차질이 빚어진 태릉CC·과천청사 대체 부지는 이달 중 확정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시장의 불안 심리를 극복하고 부동산 시장을 조속히 안정시키겠다”며 주택 공급 방안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 그동안 “주택 시장 하향 안정세는 예측보다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다섯 차례에 걸쳐 집값 급락을 경고하던 것과 사뭇 다른 자세다. 공포 마케팅을 접고 공급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신규 공급 물량은 거의 없이 기존 계획을 땜질한 수준에 불과하다. 사전 청약을 확대해봤자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조삼모사에 불과하다. 태릉CC·과천청사 대체 부지를 확보한들 원상 복구에 머무를 뿐이다.

관련기사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제 바닥에 떨어졌다. 정부는 서울 아파트 값이 5월 초부터 11주 연속 0.1%대의 상승률을 이어가자 고점임을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의 경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8월 첫째 주 상승률은 0.2%로 2배 뛰었다. 정부가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를 철회하고 폐지를 예고했던 민간 임대 사업자 세제를 유지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것도 시장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해답은 시장에 있다. 시장은 규제로 수요를 억누르는 대신 공급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민간 재건축을 활성화해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양도세를 일시 완화해서라도 기존 주택이 매물로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더 이상 머뭇거리면 무슨 수를 써도 집값을 잡지 못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