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임원 14명에게 전원 사표를 요구했다. 취임 일성으로 내놨던 감독체계의 재정립과 3개월이 넘은 수장 공백으로 어수선해진 조직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 원장은 부원장 4명과 부원장보급 10명 등 임원 전원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
이번 쇄신안은 정 원장의 취임과 함께 예정됐던 수순이다. 정 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이라며 과거 규제 일변도였던 윤석헌 전 원장 체제에서의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첫 행보로 임원진에 일괄 사표를 요구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통상 금감원은 신임 원장이 취임하면 임원들에게 사표를 요구하거나, 임원이 자발적으로 사표를 낸 뒤 재신임을 받는 절차를 거쳐왔다. 첫 민간 출신 원장이었던 최흥식 전 원장은 2017년 9월 취임하자마자 임원 전원에게 사표를 받았고 두 달 뒤 전원 교체했다. 진웅섭 전 원장도 마찬가지다. 윤석헌 전 원장 시절엔 취임 이후 첫 정기인사 당시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사표를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장의 인사 쇄신 의지도 공고하다. 정 원장은 인사와 관련해서 외부에 접촉하거나 개별적인 청탁이나 반발을 하는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사를 금감원 구성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새 정부 출범까지 9개월 남짓의 기간이 남은 만큼 대대적인 임원 교체는 없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