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능력주의를 위한 변명] 이준석 능력주의 성공 조건은..'섬세한 기회의 평등' 보장

메리토크라시, 금권정치(플루토크라시)와 족벌주의(네포티즘)의 반대말

지대(rent) 추구 사회를 극복할 대안으로 부상

"능력주의, 시험주의·능력만능주의로 해석되는 것은 경계해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슈화시킨 ‘능력주의(메리토크라시)’는 차기 대선 정국까지 이어질 정치권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로 꼽힌다. 지대(rent)추구 사회를 극복할 유일한 대안이라는 찬성 의견과 함께 시험 지상주의라는 반대 입장까지 각종 주장이 쏟아지고 있지만, ‘능력주의’에 대한 개념 정의부터 제각각인 탓에 찬반 측은 좀처럼 절충점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최근 출간된 ‘메리토크라시(행복한북클럽)’와 저자인 이영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이사(전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메리토크라시라시의 정의 ▲한국 능력주의 담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 ▲ 메리토크라시에 기반한 교육 및 경제 전략 등을 3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메리토크라시는 업적과 공헌, 영향 등으로 대변될 수 있는 ‘메리트’가 사회적 지위나 보상의 원천이 되는 사회보상체제를 의미한다. 금권정치를 의미하는 ‘플루토크라시(Plutocracy)’ 그리고 족벌주의를 의미하는 ‘네포티즘(nepotism)’의 반대적 의미다. 즉, 국가의 사회보장 체계가 재력이나 타고난 친인척 배경이 아니라, 스스로가 창출한 업적이나 기여한 공로가 사회적 보상의 원천이 되는 것이 ‘메리토크라시’다.

이영달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이사는 “한국에서 ‘메리토크라시’는 ‘능력주의’로 번역이 되지만, 이는 번역 오류”라며 “안타깝게도 정확하게 원래 취지를 반영할만한 단어가 한국어에서는 찾기가 어렵다. 외래어 그대로 사용하던지 한국어로 표현 해야 한다면, ‘업적주의’ 또는 ‘공로주의’가 원어 의미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능력주의’가 오히려 ‘시험주의'로 곧잘 통한다. ‘능력’의 사전상 정의는 ‘일을 감당해낼 힘’이다. 실력 그리고 재능의 상위어다. 앞으로 또는 향후 성과나 업적을 낼 수 있는 잠재적 자질과 역량을 의미한다. ‘능력주의’의 맹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 업적이나 공로에 기반한 사회적 보상이 아닌, 자질과 역량 자체 만으로 보상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능력주의(시험주의)의 대표 사례는 행정고시를 통한 공무원 입직이다. 한번 고시에 합격하면 5급 사무관으로 임용되어 특별한 사고가 없는 한 헌법에 의해 정년이 보장된다. 9급 공무원이 아무리 탁월한 업적을 내더라도 9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 경우는 없다. 9급에서 5급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열심히 노력해서 성과나 업적을 내기 보다, ‘시험’을 잘 보는게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능력주의는 시험주의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서울경제DB/서울경제DB


◇왜 메리토크라시인가


현재 한국 사회가 ‘지대 추구 사회’로 고착화됐다는 데 누구도 이견을 제기하기 힘들다. 경제학에서는 아무런 생산성의 제고 없이 소유권을 이용해 소득을 취하거나 확대하려는 행위를 지대추구로 정의한다. 부와 자산의 대물림, 부동산 투자(투기), 고소득 자격증 취득,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 입직 등이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위험을 감수한 창업보다 훨씬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네포티즘’과 ‘플루토크라시’가 사실상 단단하게 자리 잡은 것이다. 진보와 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주요 정치인과 고위 관료 등이 모두 한목소리로 창업을 권장하지만 정작 그들의 자녀 중에 창업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 이를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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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표 ‘공정한 경쟁’..'기회의 평등' 개선 노력과 함께 가야

다만 메리토크라시가(혹은 능력주의)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면 기회의 평등 보장에 먼저 전폭적인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이 대표가 공정한 경쟁의 사례로 내세운 ‘대변인 토론 배틀’, ‘정책 공모전’ 등은 ‘공개 경쟁’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다. 이영달 이사는 “공정한 경쟁은 섬세한 ‘기회의 평등’을 전제로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정책 공모전에 지원할 수 있기에 ‘기회의 평등’이 실현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형식적 기회 평등에 지나지 않는다”며 “가령 정책 공모전의 공식 지원 절차가 들어가기 전에 정책 개발과 입법 그리고 예산의 편성과 집행 등 일련의 정책 활동과 관련된 사전적 이해를 가질 수 있는 오리엔테이션이 있어야 했다. 또한 당 차원에서 다루고 있는 정책 개발 및 진행 사항들도 세부적으로 소개가 돼야 경험이 없는 일반 대중들도 효과적으로 정책 제안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영달 이사는 “메리토크라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 사항은 ‘기회의 평등’ 이다. 이는 ‘공정한 경쟁’의 필요충분조건에 해당하는 사항”이라며 "기회의 평등과 공정한 과정이 전제가 되면 그 결과는 정당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 메리토크라시의 개념”이라고 조언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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