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건보 재정 비상에도 文 '자화자찬'..."보장 더 확대"

■'문재인 케어 4주년 성과 보고대회' 논란

"건보 재정 안정적 관리"...적자 대응책엔 침묵

코로나19 개인위생 강화로 적자폭만 일시 둔화

2019년 이미 '-2.8조원'...언제 폭발할지 몰라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을 통해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마치고 손하트를 만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을 통해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마치고 손하트를 만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민들의 지지 덕분에 ‘문재인 케어’를 과감히 시행할 수 있었고 국민들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정책 중 하나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수급난으로 신규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지난해 말까지 3,700만 명의 국민이 9조 2,000억 원의 의료비를 아낄 수 있었다”며 이같이 자평했다. 이어 “당초 계획을 앞당겨 올 4분기부터 갑상선과 부비동 초음파검사 비용 부담을 줄여드릴 예정”이라며 “내년까지 중증 심장 질환, 중증 건선, 치과 신경 치료 등 필수 진료의 부담도 덜어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정부는 4년 전 20조 원의 적립금 중 10조 원을 보장성 강화에 사용하고 10조 원의 적립금을 남겨둘 것을 약속했다”며 “약속대로 건강보험 보장 범위는 대폭 확대하면서 재정은 안정적으로 관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문재인 케어를 확장할수록 건강보험 재정은 장기적으로 악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안정적 관리’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국민들의 개인위생 관리 강화로 나타난 일시적 ‘적자 폭 둔화’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건강보험료 인상은 국민이 부담했는데 생색은 왜 청와대가 내느냐”고 꼬집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을 통해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을 통해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보재정 외면한 채 혜택 강화 예고한 文…국고 지원 논의도 여전히 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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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내놓은 장밋빛 전망은 건강보험 재정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의 병원 이용이 급감하면서 건보 재정이 일시적으로 개선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건강보험은 가입자가 납부하는 건강보험료 외에 수입원이 없는 상태여서 건강보험 혜택 강화만을 이어갈 경우 건강보험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성과 보고대회에서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대한 ‘자화자찬’과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았다. 특히 올해 4분기 갑상선과 부비동 초음파 검사 비용 부담 경감과 △내년 중증 심장 질환, 중증 건선, 치과 신경 치료 등 진료 부담 경감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지원 확대 및 내년 중증 소아 단기입원서비스센터 설립 △올 하반기 지역 중증 거점 병원 지정 △소득 수준별 지원 비율 조정 등의 미래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건보 재정에 대해서도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건보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면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건보 적립금은 17조 4,000억 원으로 2022년 말 목표인 10조 원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020년도 현금 흐름 기준 건강보험 준비금은 약 17조 4,000억 원으로 2019년 제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 수립 당시 예상한 약 14조 7,000억 원에 비해 2조 7,000억 원가량 개선됐다”고 알렸다.

이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코로나19 상황을 가정한 일시적 전망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1년부터 줄곧 흑자였던 건강보험 재정 수지는 문재인 케어가 시작된 2018년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2018년 1,778억 원이었던 적자 규모는 2019년 2조 8,243억 원으로 단번에 15배 이상 불어났다. 다만 지난해의 적자 규모는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상시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개인 위생 관리 강화로 감기·독감 등의 환자 수가 크게 줄어든 데 따른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건업계의 한 관계자는 “병원 이용이 급감하고 보험 급여비가 감소했는데도 문재인 케어 등의 영향으로 적자 기조를 유지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상황을 빌미로 지금처럼 보장성 강화 항목만 확대할 경우 적자 폭이 언제든 더 폭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 외에 뚜렷한 수입원도 없는 상태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우리 정부의 국고 지원율은 14% 안팎에 불과해 사회보험을 채택하고 있는 일본(28%), 대만(23%), 프랑스(52.3%)보다 크게 낮은 형편이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국고 지원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국회 논의는 여전히 답보하고 있다. 국고 지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예산 반영이 필요한 가운데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법안에만 올인하는 정치권이 건강보험법 개정안 등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 역시 이날 행사 자체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이 시국에 자화자찬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며 “도무지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윤경환 기자·서지혜 기자·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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