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가운데 그간 침묵을 지키던 문재인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진보진영 등 지지층을 중심으로 이 부회장 가석방에 반대 목소리를 내자 이에 대한 해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통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반대하는 국민의 의견도 옳은 말씀”이라며 “한편으로는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며 국민들께서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문 대통령 입장”이라며 “다른 것은 언급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어느 시점에 입장을 밝혀야겠다고 결심했느냐”는 질문에는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결론이 난 시점에 청와대와 대통령의 입장을 요구하는 언론도 있었다”며 “어느 시점에 입장을 밝혀야 하는지는 종합적으로 청와대가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활동을 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배려나 지원이 필요할 텐데 문 대통령이 그에 대한 언급도 했느냐”는 물음에는 “가석방은 법무부가 법과 절차에 따라 한 것이고 그것도 절차에 따라서 법무부가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당초 문 대통령이 이날 별도 입장을 안 낼 것으로 알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12일 이 부회장 가석방을 두고 “문 대통령께서 의견 표명할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이 부회장 문제에 대해 “법무부 절차”라며 거리를 둔 자세를 가석방 이후에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날 생각을 바꿔 입장을 낸 것은 진보 진영의 가석방 반대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찬성 여론은 반도체·백신 등 경제 회복 역할론에 힘입어 전체 국민의 70%에 육박했지만, 대통령 본인 지지층의 입장 표명 요구를 외면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적폐청산’ ‘재벌개혁’을 핵심 국정 목표로 내세우고 집권한 문 대통령 입장에서 ‘국정농단’ 혐의를 받은 이 부회장 석방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구치소에서 광복절 가석방 허가자로 인정받아 출소했다. 지난 1월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