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희룡 캠프는 상당히 고무적인 분위기를 맞았다.지난 9일 KSOI가 발표한 범보수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지지율 5.7%를 얻은데 이어 10일 윈지코리아컨설팅의 범보수 주자 조사에서도 5.5%를 얻었기 때문이다. 7월말까지만 해도 범보수 주자 중 1%대, 전체 주자들 중에서는 ‘기타’로 분류되기 일수였던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입장에서 상당한 진전인 셈이다.
‘굴러온 돌’ 윤석열·최재형에 고전하던 ‘박힌 돌’ 홍준표·유승민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2일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홍준표 후보는 2주 전 보다 1%포인트 오른 5.4%를 차지하며 ‘마(魔)의 5% 장벽’을 돌파했다. 같은 날 발표된 알앤서치의 범야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서도 홍 후보는 지난달 26~28일 조사보다 3.2%포인트 오른 16.5%, 유승민 후보는 3.7%포인트 오른 10.6%를 차지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 6월부터 2주 간격으로 실시되고 있는데, 유 후보가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반면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던 윤석열 후보는 여전히 유력한 야권 1위 주자지만 뚜렷한 반등세를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2주마다 실시하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 후보 지지율은 6월 2주차(35.1%)에서 8월 2주차(26.3%)까지 4번 연속 떨어졌다.
전통적 주자들에 대한 관심↑
상승폭 작아도 꾸준히 올라
상승폭 작아도 꾸준히 올라
홍준표·유승민·원희룡의 반격은 검색량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검색어 분석 서비스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검색어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을 더한 언급량 그래프는 우상향을 그렸다. 그래프는 네이버에서 해당 검색어가 검색된 횟수를 일별로 합산하고 조회기간 내 최다 검색량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상대적 변화를 나타낸다.
분석 시작점인 1일의 검색량은 31이었지만 13일에는 53까지 증가하며 검색어 ‘윤석열’의 검색량(51)을 소폭 제쳤다. 윤 후보와 최재형 후보 검색량은 같은 기간 완만한 하락세 혹은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유·원 후보의 개별 검색량은 윤·최 후보에 비해 여전히 미약하지만, 국민의힘 전통적 주자들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들은 정권 교체 이후 정치 신인인 윤·최 후보 보다 자신들이 국정 운영을 잘할 수 있다며 차별화에 나섰다. 홍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몇몇 여론조사에서 희망적인 예측을 본다”며 “내려오는 사람과 올라가는 사람의 대결 구도는 늘 올라가는 사람이 이긴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원 후보는 지지율 상승에 대해 “국민들이 단순히 반(反)문재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 격차를 어떻게 해소하고 앞으로 미래 먹거리를 어떻게 마련할지 정책 경쟁을 원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유 후보도 저출생·일자리 등 공약을 발표할 때마다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기자들과 질의응답 하는 등 전문가 대통령으로서 존재감 키우기에 나섰다.
비법은 ‘윤석열 때리기’
윤석열은 이재명 견제
윤석열은 이재명 견제
홍·유·원 후보는 지지층 흡수를 위해 야권 1위 주자인 윤 후보를 집중 견제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다음주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조기 출범해 후보자 토론회가 정식으로 열리게 되면 윤석열 견제가 더욱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썸트렌드를 이용해 지난 1~14일까지 검색어 윤석열·홍준표·원희룡·유승민의 연관어를 분석한 결과, 실제로 홍 후보와 유 후보의 경우 1위 연관어가 윤 후보로 나타났다. 썸트렌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커뮤니티, 뉴스 기사 등에서 특정 검색어와 관련된 텍스트를 추출해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서비스다. 즉, 검색어 홍준표와 유승민은 윤석열과 함께 소비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홍 후보는 페이스북 게시글 대부분을 윤 후보 비판으로 채우고 있다. 그는 윤 후보를 향해 “보수 우파 궤멸에 앞장 서다가 토사구팽 돼 선회 하신 분이 점령군인양 행세 한다”, “그만 떼 쓰라. 토론 회피하지 말고 꼭 나오라” 등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했다. 유 후보도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윤 후보와 최 후보가 훌륭한 검찰총장, 감사원장이었을지 몰라도 대통령을 갑자기 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고 평가했다. 윤 후보와 달리 자신들은 준비된 후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원 후보 역시 윤석열 캠프 인사로부터 당 행사 보이콧 요구를 받았다는 사실을 전면 공개하는 등 윤 후보와 거리두기 중이다. 그는 “신입 주자들(윤석열·최재형)이 보수표심만 자극하고 국회의원들 줄 세워서 계파 만드는 데 몰두한다”고도 꼬집었다. 다만,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경선 준비에 나선 원 후보는 지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각을 세우는 데 더 열중한 모습이다. 원 후보의 연관어 1위는 이재명이었다.
한편 윤 후보는 당내 주자 견제 보다는 본선 경쟁력 1위 후보 굳히기에 집중했다. 윤 후보의 경우 연관어 1위는 이재명, 5위는 이낙연이다. 연관어 10위에 가서야 경선 경쟁자인 최재형이 나타났다. 윤석열 캠프 측은 연일 이 지사를 향해 “지사 찬스를 내려놓고 도청 캠프를 해체하라”,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은) 재정에 대한 고민과 미래 세대가 짊어질 부담을 모두 ‘개나 줘 버려라’는 식” 등 맹공을 펼치고 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