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지도부를 이끌었던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이준석 지도부는 이미 상처를 입었다”고 비판했다. 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맞서는 대여투쟁 대신 당내 갈등을 일으키며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자신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이 대표에 대해 “혁신을 뒤로 함으로써 얕은 정치적 계산이나 한다는 인상을 주었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반대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킴으로써 공정성에도 상처를 입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최근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는 물론 원희룡 예비후보와 임시조직인 경선준비위원회가 추진하는 토론회 개최를 두고 각을 세우고 있다. 당 최고위원회에서도 당헌·당규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적법한 토론회를 해야 한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표가 윤 후보와 나눈 전화 통화 내용을 녹취록으로 만들어 유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당내 분란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김 전 위원장은 “당의 가장 큰 기반이자 동력은 자체 역량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실정”이라며 “지난 보궐선거만 해도 그렇다. 선거 후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잘해서 이겼다는 응답은 7~8%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끝나는 정부, 갈수록 존재감이 떨어질 것이다. 게다가 여당후보 또한 경선통과 즉시 비문 또는 반문의 길을 갈 것”이라며 “‘문 정부 심판’ 프레임이 먹힐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특히 이재명 지사의 경우 영남 표까지 크게 잠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전 위원장은 “당장 두 가지 일을 해야 한다. 하나는 ‘문 정부 심판’을 대신할 미래비전을 내어 놓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이 대표가 최근 윤 후보 측과 부딪히고 있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경선은 오히려 유력후보들 간의 합의를 존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후보들 스스로 중심을 이루게 하는 것이 옳다”며 “제 발로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당이, 그나마 개인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뛰고 있는 후보들을 끌고 가겠다고 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