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서로 모르는 10인이 무작정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해결책을 수립하고 업체별로 역할을 분담하고 나니 벌써 27일이었죠. 당장 그날 저녁부터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팀원끼리 돌아가며 쪽잠을 자고 삼시세끼를 회사에서 해결해가며 5일 만에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이원석 베스핀글로벌 상품총괄(CPO)은 1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백신사전예약시스템 정상화를 위해 달렸던 2주간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베스핀글로벌은 LG CNS, 네이버클라우드 등과 함께 지난해 온라인 개학 사태에 이어 이번에도 구원투수로 나서며 ‘민간 어벤져스’라는 호칭을 얻었다. 이 총괄의 지휘 하에 30여명의 정예 멤버로 구성된 베스핀글로벌 태스크포스팀(TF)은 기존 시스템 앞단을 민간 클라우드로 새로이 구축하는 역할을 맡았다.
접속창과 본인인증 및 대기 시스템으로 이뤄진 시스템 앞단은 지난달 진행된 50세 이상 예약에서 가장 문제가 된 구간이었다. 기존 시스템은 최대 30만 명의 동시접속자를 수용할 수 있는데, 예상치 못하게 초당 50만~60만 명의 인파가 접속창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초반부터 먹통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클라우드 도입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게 이 총괄의 설명이다.
그는 “기존 시스템 하에선 물리적 서버를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서버를 즉각 증설할 수 없다”며 “반면 클라우드의 경우 가상 서버를 추가함으로써 과부하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베스핀글로벌은 클라우드 전환을 통해 초당 100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다만 이 총괄은 시간 관계상 시스템 전체를 클라우드로 전환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서버 앞단만 클라우드로 전환했고, 예약 날짜·장소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중앙 데이터베이스(DB) 부분은 여전히 기존 시스템에 의존했다”며 “본인인증 수단 다양화로 대기열을 분산시키고 중복 예약을 차단해 DB 서버가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지만 먹통 사태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선 완전한 클라우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괄은 정부 정보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현행 법령의 한계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정보자원 통합기준 12조에 따르면 민간 클라우드 도입 후 해킹 피해가 발생하면 담당 공무원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혹시나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선뜻 민간 클라우드를 도입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클라우드 전환을 가속화하는 쪽으로 법을 계속해서 개정해온 만큼 이런 어려움 또한 장기적으로는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정부 기관의 정보시스템 1만여개를 모두 공공·민간 클라우드로 전환·통합한다는 목표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