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경제효과 16조 '프로야구 8배'…골프산업 상생 이끄는 스크린

[스크린골프, 대안에서 대세로] <상>놀이시설, 산업이 되다

김태희 성균관대 교수팀 분석

매출규모 골프장 절반 수준 신장

1차 파급산업 기여율 25% 추정

"기존 시장과 시너지 작용 확인

4차산업 결합땐 더 성장할 것"


지난 2017년 골프에 입문한 직장인 유 모(32) 씨는 일주일에 평균 두세 차례 친구들과 스크린골프를 즐긴다. 그는 “필드에는 한 번 나가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고 시간도 많이 드는데, 스크린골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언제든지 즐길 수 있다”며 “특히 요즘 같이 더운 날씨에도 에어컨 바람을 쐬며 쾌적하게 칠 수 있어 좋다. 카페에 간다는 기분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아직 자동차가 없다는 점도 유 씨와 친구들이 스크린골프를 자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과거 전통적인 골프의 대안쯤으로 여겨졌던 스크린골프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한 끝에 이제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하나의 산업으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스크린골프는 골프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춤으로써 국내 골프 시장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스크린골프 즐기는 골퍼들. /사진 제공=골프존스크린골프 즐기는 골퍼들. /사진 제공=골프존




최근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대학 스포츠경영 연구팀의 김태희(44) 교수가 발표한 ‘스크린골프 산업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사회적 무형 효과 분석’ 연구 결과는 스크린골프가 골프 산업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기여도를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연구팀은 스크린골프(본원 산업)의 연간 매출, 스크린골프가 1차 파급 산업(골프장·골프연습장·골프용품업)에 기여한 매출, 그리고 2차 파급 산업(골프관광산업)에 기여한 매출을 조사한 뒤 각각의 매출에다 한국은행이 업종별로 산출한 생산유발계수를 곱하는 방법으로 스크린골프의 경제 효과를 산출했다.



연구에 따르면 스크린골프 산업의 국내 총 경제적 파급 효과는 2018년 기준 약 16조 1,880억 원(생산 유발 11조 216억 원, 부가가치 유발 5조 1,66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8만 3,666명의 취업을 유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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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스크린골프 자체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생산과 부가가치 유발을 합쳐 6조 2,105억 원에 달했다. 여기에 1차 파급 산업에 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 9조 3,058억 원, 2차 파급 산업에 대한 경제적 효과는 6,716억 원으로 추산됐다. 취업 유발은 스크린골프 자체가 3만 1,067명, 1차 파급 산업을 통해서는 4만 9,138명, 2차 파급 산업을 통해서는 3,461명이었다.

약 16조 원의 경제적 효과는 어느 정도 규모일까. 김 교수는 “2010년 한국야구위원회의 용역을 받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에 의뢰해 분석한 국내 프로야구의 경제 효과가 총 1조 1,838억 원으로 집계된 바 있다. 또 860만 관중을 넘은 2016년에는 2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중 프로야구의 경제적 효과가 가장 큰데 스크린골프는 이미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며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소비자의 직접 참여가 가장 활발한 종목이다. 그런 영향으로 경제적 효과도 큰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프로야구의 관중은 2017년 871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에는 840만 명을 기록했다. 프로야구의 2018년 경제 효과를 관중 수가 비슷했던 2016년의 약 2조 원으로 추산할 경우 스크린골프의 경제 효과가 약 8배나 된 셈이다.

일반적인 산업 생태계에서는 혁신 기술이 적용된 신상품의 대중화가 기존 관련 상품 및 산업을 도태시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스크린골프가 골프장이나 골프연습장 등 기존 골프산업과 상호 보완적으로 공동 성장해왔다는 사실도 구체적 수치를 통해 보여준다.

이는 스크린골프의 기여율에서 드러난다. 이번 연구에서 스크린골프의 1차 파급 산업에 대한 기여율은 평균 25.1%로 추정됐다. 4,000원의 매출이 발생했다면 그중 약 25%인 1,000원이 스크린골프 덕에 발생했다는 의미다. 골프장·골프연습장·골프용품업의 매출에 대한 기여율이 각각 25.3%, 43.5%, 21.9%였다. 기여율은 스크린골프를 통해 입문한 골퍼가 해당 산업의 매출에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매출 규모로 따지면 스크린골프는 골프연습장을 뛰어넘었고, 골프장의 절반 수준까지 성장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기준 스크린골프의 매출액은 2조 3,726억 원으로 골프연습장(1조 2,145억 원)의 약 2배 규모로 추산됐다. 골프장의 매출은 5조 4억 원, 골프용품업은 7조 4,894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용객 수는 이미 스크린골프가 오프라인 골프장을 추월했다. 국내 스크린골프 시장점유율 60%인 골프존에 따르면 이 업체 시스템을 이용해서만 지난해 약 6,500만 라운드(1인 1라운드로 집계됨)가 소비됐다. 하루 평균 약 17만 8,000라운드 꼴이다. 지난해 국내 골프장 이용객은 연인원 약 4,673만 명. 스크린골프 이용객은 골프존으로만 한정해도 1.4배 정도나 되는 셈이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스크린골프는 기존 골프산업과 상호 영향을 주며 진화하는 공진화(coevolution) 성공 가능 모델임을 확인했다”며 “향후 4차 산업과도 결합돼 더욱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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